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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본쓰 Mar 10. 2021

책쓰기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2) 준비 운동을 위해 선택한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준비 운동 - 본 운동 - 마무리 운동과 같은 순서가 있는 것처럼, 책쓰기 (내지는 작가) 도전에도 나름의 순서가 필요했다. 특히나 초짜 작가지망생인 내게 준비 운동은 필수였다. 2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양의 글을 써 본 적도 없었고, 기승전결 구조에 맞게 체계적으로 글을 써 본 적도 없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무언가를 하는 건 자신 있었지만, 주기적으로 꾸준히 앉아서 뭔가를 하는 일은 자신이 없었다. 글과 책으로 밥 벌어먹고 살려면 엉덩이가 늘 의자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말이다. 그래서 책쓰기의 준비 운동으로 글쓰기 플랫폼을 이용하자고 생각했다.

 사실 책쓰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또는 책쓰기 준비 운동을 위해서, 글쓰기 플랫폼이 필수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글쓰기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글은 어디에나 쓸 수 있으니까. (비교적 짧은 글을 올리기에 적합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제하고) 네이버 블로그라든지 카카오 티스토리 같은 SNS 플랫폼이 있으며, 굳이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워드/한글 같은 문서프로그램도 있다. 아날로그 방식이긴 하지만 개인 노트나 다이어리에 자필로 쓰는 방법도 있고. 그럼에도 글쓰기 플랫폼을 이용하자고 마음 먹은 것은, 보이지 않는 강제성과 독자의 반응이 필요해서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주기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내게, 일종의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강제성 없이는 마냥 나태한 사람이라, 혼자 하는 일이라면 작심삼일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서 강제적으로라도 '일주일에 몇 번, 하루에 몇 시간은 글을 써야지'라는 보이지 않는 강제성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개인 블로그라면 언제 어디서든 어떠한 강제성 없이 글을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지만 글쓰기 플랫폼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글쓰기 플랫폼에서 독자들이 하나둘 생기면, 내 글을 기다리고 있을 그들을 위해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딱딱 맞춰서 글을 써야 한다. 강제성이기도 했고 책임감이기도 했다.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책을 쓰겠다는 사람이 그 정도도 지키지 못하면 당장 때려쳐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엇보다도 작가지망생인 내게 글쓰기 플랫폼은 내 글에 대한 독자의 반응, 더 나아가서는 대중의 반응까지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창구였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 글이 다른 이에게 감동을 주는지, 공감이 되는지, 불쾌함이나 반발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내 글을 노출시켜주는 글쓰기 플랫폼은 아주 좋은 창구였다.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독자의 반응이 어떠한지까지 알 수 있었다. 좋은 반응이 있다면 내 글에 자신감이 생길 것이었고, 반대로 안 좋은 반응이 있다면 다시금 그 글을 곱씹어보고 글에 신중을 기하게 할 것이었다. 책을 출간하기 전 선행적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접할 수 있는 것 또한 글쓰기 플랫폼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강제성과 독자의 반응, 이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책쓰기 준비 운동을 글쓰기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문득 든 생각. '글쓰기 플랫폼에 어떤 게 있지?' 여러 포털사이트에 '글쓰기 플랫폼'으로 검색해보니 '브런치'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노출되었다. '브런치? 내가 아는 그 브런치인가?' 내가 처음 브런치를 접한 것은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기억으로, 한창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교 3학년 때였다. 한 영화에 대한 관람후기를 검색해보았는데, 그 후기가 담긴 게시글이 브런치라는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었다. 물론 그때의 나는 글쓰기와 책쓰기에 관심이 전혀 없었기에, 브런치는 그저 수많은 인터넷 플랫폼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렇게 브런치의 존재를 잊은 채 수 년의 시간이 흘렀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려는 내가 다시금 브런치를 접하게 된 것. 글쓰기 플랫폼이 많이 없기도 하고 ─아니, 브런치 외에는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게다가 브런치에서는 1년에 한번 '브런치북 프로젝트'라고 하는 출판 지원 사업이 있었으니, 작가지망생에게 브런치는 그야말로 최고의 플랫폼이었다.

책쓰기 준비 운동으로 택한, 브런치.


 그렇게 브런치를 통해 책쓰기의 첫발을 내딛고자 했다. 브런치의 계정은 카카오 연동을 통해 쉽게 만들 수 있었고, 테스트 겸 짧은 글을 올리려는데… 이런, 맙소사. 글이 저장만 되고 발행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브런치에서 내 글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이에 선정되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몰랐던 나는 얼굴이 벌게지며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고, 나는 당장 브런치 작가 신청에 도전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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