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의 INNOSPARK, 2011년 10월호
최근 인터넷 방송인 '나는 꼼수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팟캐스트 (Podcast: 애플의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 순위에서 ' SBS 두시탈출 컬투쇼'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는 꼼수다 호외'편이 북미 팟캐스트 인기 에피소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혹시 이런 바람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 국민참여경선'에서 경쟁 중이던 박원순 후보와 박영선 후보가 출연해 화제가 된 '나는 꼼수다 21화'의 국가별 에피소드 순위를 10월 3일 기준으로 확인해 보자.
미국 1위, 홍콩 1위, 아르헨티나 14위, 호주 22위, 싱가포르 24위, 캐나다 26위, 일본 80위, 영국 152위, 우간다 163위, 독일 180위로 나타나고 있다. [1] 우리말로 진행되는 방송이니 대부분 해외에 있는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 에피소드 순위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 순위에서는 10위 이내에 8개, 30위 이내에 22개가 '나는 꼼수다' 에피소드로 도배되어 있다. 에피소드 순위를 집계하는 애플의 아이튠즈(iTunes)를 거치지 않고, 딴지일보 사이트 혹은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 등에서 MP3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듣거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카페에서 꼼수 플레이어로 직접 듣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열풍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꼼수다' 열풍을 이끌고 있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봉주 17대 국회의원,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IN 주진우 기자,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 전 교수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
'나는 꼼수다'와 관련된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을 살펴보자.
'은밀한 지하방송' <나는 꼼수다> - 주간경향
'나는 꼼수다', 방송의 새 시대를 열다 - 미디어스
젊은이들에게 화제 '나는 꼼수다' 비결은? - 뉴시스
'나가수' 위에 '나꼼수', 김어준 미치겠어요 - 오마이뉴스
'나는 꼼수다' 美 아이폰 팟캐스트 1위 기록 - 매일경제
"나는 꼼수다 1위" 소식에 손석희도 놀랐다 - 미디어오늘
나는 꼼수다 '이보다 더 뜨거울 수는 없다' - 투데이코리아
술자리 방담과 토크쇼 경계 오가는 ‘나꼼수’ - 중앙SUNDAY
‘나는 꼼수다’│김용민 “무엇이든 팩트에 기반한다” - 연합뉴스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 ‘나꼼수’ 인기 비결” - PD저널
“앱 심의 추진 방통심의위, ‘나꼼수’ 겨냥했다” - 미디어오늘
<나꼼수> 사인회에 장사진... - 야권후보단일 투표 독려 - 뷰스앤뉴
'나는 꼼수다', 콘서트 티켓 20분 만에 매진 '인기몰이' - 파이낸셜뉴스
'수평 소통→집단지성'이 사회 주도… 포털 대체할 신권력 - 중앙SUNDAY
'나는 꼼수다'라는 콘텐츠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했던 필자도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1회부터 21회까지 열심히 들어봤다.
'나는 꼼수다'의 가장 큰 매력은 "너무 쉽다"는 점이다. 술자리에서 뒷담화를 함께 나누듯이 편하게 웃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덧 복잡한 정치 이슈들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간 정치적 사건의 파편들을 하나로 엮어 그 맥락을 알 수 있고, 삼국지를 읽듯이 정치 판세를 예측해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여러분이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와 패널들이 숨 쉴 틈 없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걸러 들을 수 있다면 1회부터 들어볼 것을 권한다.
'나는 꼼수다'는 아무래도 진보 진영 입장에 서있기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는 그 존재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불편하다고 하여 보수 언론에서 그 인기를 애써 외면하거나 위원회에서 심의 규정으로 막기보다는 대항마 對抗馬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가 왼쪽과 오른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균형 잡힌 관점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나라 정치 수준은 진일보 進一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조만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신이 가수라면 '나는 가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꼼수라고 해서 '나는 꼼수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만취한 친구에게 "너는 취했어"라고 말하면 그 친구는 "나는 멀쩡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누구든지 '나' 자신에 대해서는 실제와 관계없이 일단 나쁜 쪽보다는 좋은 쪽으로 주장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컨설팅 업계에서 일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객인 기업과 공기관에 '나는 컨설턴트다'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들 가운데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까?
최근 우리 경제의 발전과 함께 컨설팅사의 수가 크게 늘었다. 그 수가 급격히 늘다 보니 제안할 때에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별 성과 없이 프로젝트를 끝내는 불량 컨설팅사도 많아지게 되었다. 여러 업체의 제안을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역량 있는 컨설팅사와 실력 있는 컨설턴트를 제대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너도 나도 온갖 수식어를 붙여가며 '나는 (진정한, 이 분야 최고의, 경험 많은, 유명한, 실력 있는) 컨설턴트다'라고 어필하기에 기업의 프로젝트 TFT (Task Force Team)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제안 단계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도 어렵지만, 최종 선정 후에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꼼수를 쓰고 있는지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꼼수를 판별하는 눈이 없으면 컨설턴트의 꼼수를 당하고도 프로젝트가 잘 끝났다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컨설턴트의 꼼수는 컨설팅사에 지급된 프로젝트 비용, TFT와 프로젝트 관련 인력의 인건비, 잘못된 프로젝트를 바로 잡는 비용 등 재무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귀중한 시간을 날리는 손해를 기업에 입히게 된다.
필자가 컨설턴트의 꼼수를 판별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프로젝트 경험이 많지 않은 기업의 담당자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장차 컨설턴트로 일하고자 하는 분들과 주니어 컨설턴트들이 꼼수 대신 고수가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자세한 내용은 '꼼수 판별법 (하)'에서 상세히 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