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버스 기사를 부르는 말은 아저씨가 아니었다!
가끔은 아주 익숙한 것에 허를 찔릴 때가 있다. 어느 따사로운 봄날 오후, 버스는 하이드파크Hyde park가 훤히 보이는 정류장에 멈춰 서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의 여유로운 풍경~ 생각지 않았던 것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뭐, 특별히 급한 일도 없잖아.’
버스에서 내려 봄날의 공원 분위기를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미리 벨을 누르지 않았던 나는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앞쪽을 향해, “아저씨, 문 좀 열어 주세요~” 라고 해야겠는데…, 앗! 순간 엄청난 언어의 장벽에 부닥쳤다.
‘아저씨~’가 영어로 뭐지? 엉클Uncle은 물론 아닐테고…, 기사 아저씨니 드라이버Driver인가? 아니야. 이렇게 불렀다가는 기사가 당장 뛰쳐나올지도 몰라.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하듯 ‘여기요Here~’ 라고 해도 알아들으려나?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버스는 그냥 떠날 판이었다. 아…, 일어서긴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질 않았다. 이 짧은 순간, 이 생각 저 생각에 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내 참, 그냥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고 말지.’ 하며 자리에 다시 앉으려는 찰라, 내 앞에서 때마침 아리따운 아가씨가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이 절묘한 타이밍에 나를 대신해 외쳐준 한마디…,
Excuse me!
London, UK
영어의 접근 방식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던 영국생활 초창기의 에피소드였다. 외국어를 처리하는 우리의 일반적인 절차는 이렇다. 우리말로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그대로 상대국의 단어로 하나하나 바꾼다. '직역'을 하려니 외국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타국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즉, 문화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본다면 아마도 답이 나올 것이다.
* 여행 에피소드 시리즈는 여행매거진 '트래비'와 일본 소학관의 웹진 '@DIME'에서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