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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Aug 14. 2020

중국에서 산다는 것

중국 생활 5개월 차, 아직은 많은 것이 신기합니다.

중국에서 산 지 어느덧 5개월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하고, 조심스러웠다면 이제는 신기함과 적응 사이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다. 가끔은 신기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내 모습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도 한다. 아마도 한국을 가지 못하고 이곳에서만 있어서 더욱 적응이 빠른 것이리라. 더 늦기 전에 이 곳에서 느꼈던 이방인의 놀라움을 적어두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느낌은 개인적인 경험이자 의견이다.


1. 무질서 속의 질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느낄 수 있다. '신호등은 왜 있는 거지?'  횡단보도에 초록 등이 들어와도 맞은편 교차로에선 좌회전, 우회전하는 차들이 쏟아져 나온다. 보행자의 초록 신호는 곧 인접한 사거리 차들의 좌, 우회전 신호이자, 오토바이, 자전거들의 신호이기에 보행자 신호등은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래서 이 곳은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무색하게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건넌다. 초록 불인 횡단보도일 때 장소와 시간을 맞춰 걸어도 사회적 합의를 지키는 것은 나뿐…. 그때도 눈치 보고 건너고, 아니어도 눈치 보고 건넌다. 눈치싸움의 최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 곳. 근데 생각보다 사고가 안나는 것도 신기하다.

2. 물가 대비 엄청나게 저렴한 인건비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굉장히 물가가 비싸다. 집세도 비싸다. 내가 사는 동네 기준 그냥 1인이 혼자 적당히 안전하고 적당히 깨끗한 곳에서 사려면 한국 돈 100만 원의 월세는 기본이다. 이 기준에서 깨끗함, 리모델링, 위치 등의 옵션이 더해진다면 130만 원은 거뜬히 선회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아도 농수산물 이외의 적당한 구매 기준을 만족시킨 공산품들은 그렇게 싸지 않다. 서울에서의 생활비와 크게 다르지 않게 지출된다. 여기선 서울에서 사용하던 관리비나 통신비, 차량 유지비 등의 고정 생활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인건비는 깜짝 놀랄 만큼 싸다. 인건비를 지출할 때마다 '이렇게 조금 드리면 이 분은 무엇으로 생활하나?'라는 주제넘은 걱정까지 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1시간 가사도우미를 부르면 기본 2만 원 ~ 3만 원의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단돈 5천 원 정도. 매주 두 번씩 불러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보다 조금 비싼 정도. 배달도 싸다. 음식의 경우 배송 가능한 최저 가격이 15000원을 상회하는 한국과 달리 이곳은 무료배송이 넘쳐나고, 배송 가능한 최저가도 3천 원을 웃돈다. 심지어 500원짜리 하나만 사도 무료배송으로 1시간 안에 가져다주는 곳도 있다. 배송비가 추가될 경우에도 천 원 내외. 단돈 칠백 원으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래된 아파트의 꼭대기층까지 아주 빠르게 배달해준다. 이 외에도 유별나게 싼 택시비 역시 박봉의 종사자에게 아주 큰 기쁨이 된다.


3. 화려함과 오래된 것의 공존
    동네마다 여의도 IFC몰, 영등포의 타임스퀘어와 같은 큰 쇼핑몰이 두어 개씩 턱턱 있다. 밤마다 분수쇼도 하고 별천지처럼 화려한 조명이 상하이의 야경을 감싼다. 계절마다 다른 시즈닝 어페어가 열리고, 비치된 조그마한 공원에는 주말마다 나들이 가족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그 쇼핑몰을 둘러싼 아파트 단지들은 오래되기 그지없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가 드물고, 집도 대충대충 지어놓은 집이 많아서, 나도 모르는 틈새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참 신기하쥬?


4.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과 나를 신경 써주지 않아서 오는 빡침!
    중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편안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거기에 더하여 '나는 외국인이니까!'라는 생각에 한국에서보다 옷차림도, 말도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동시에 왜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신기할 정도인 경우도 많다. 일례로 공공장소에서 이어폰 따위는 사치다. 내가 보겠다는데 뭐! 이런 마음인 건가. 이어폰 없이 통화를 하는 게 아니라, 동영상을 본다. 그것도 아주 크게. 지하철이 시끄러운 구간을 지나면 안 들리니까 동영상 소리를 높인다. 그런 사람을 신경 쓰는 것은 오직 나뿐. 크게 보는 사람도, 그 옆에 있는 사람도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서로를 무시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집에 공사가 필요하다면 아침부터 해버린다. 내가 바쁜데 뭐. 아침 7시부터 벽을 부순다. 몇 번의 망치질에도 인터폰이 과열되는 한국과는 다르게, 이 곳은 옆집이 벽을 부수던, 집을 새로 짓던 신경을 안 쓰나 보다. 집을 부수는 집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7시에는 잠을 잔다는 사실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다. 잠이 오는 나만 망치질 소리를 asmr삼아 잠을 이어 본다.


5. '하긴 하는데 왜 하는 거지?'가 많다
    지금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중국 발표 기준) 안 하는 곳이 많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직후에는 모든 상점 - 동네 슈퍼, 큰 쇼핑몰, 상가 등 -부터 사람들이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문이란 문에서 모두 체온검사를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체온을 어디에다 재는지 모르게 잰다. 체온이라 함은 몸의 온도지만, 그냥 내 몸 근처 공기의 온도도 재고, 내 몸 위의 옷 온도도 재고 아무 데나 잰다. 그리고 보지도 않는다. 25도가 나와도 그냥 쿨하게 보내준다. 발열 기준인 37.3도보다 낮은 온도라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만, 45도가 나와도 그냥 보내줄 것 같다. 출입 기록을 적으라고는 하는데, 도무지 이름 한자도, 휴대폰 숫자 번호도 못 알아보게 적은 사람들뿐이다. 그런데도 적긴 적는다. 보긴 할까? 본다고 알아볼 수나 있을까? 매번 지하철 짐 검사도 한다. 근데 짐 검사 모니터는 안 본다. 참 신기한 나라다.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이 보기엔 신기한 일 투성이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미묘하고 그들만의 암묵적인 규칙과 합의로 이 사회를 잘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적응이 되어 그들의 규칙 속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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