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과 삶 사이에서 Aug 23. 2018

일몰

동화의 마을, 쉐프샤우엔에서

너무 밝다.

너무 뜨겁다.

아프리카의 고지를 내리쬐는 태양


물도 전부 떨어졌다

나는 그런 태양을 보러 이곳에 올랐다.


너무 눈부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을 감싸는 푸르른 빛깔도,

하루하루를 간신히 넘기는 누군가의 처절한 삶도...


해가 서서히 내려 앉는다.

그리고, 완전히 내려 앉았다.


모든 것이 뚜렷해졌다.

빛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도,

끝내기엔 너무 이른 삶을 늘리려

온 힘을 다해 발산하는 마을의 불빛들도.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그제서야.


선명함은 잠깐,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에만 비로소

온 힘을 다하는 에너지들만이

세상에 남는다.


아직 지지 않은 한 줌의 빛이

언덕 아래

묘지를 비추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