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로 발길을 잡아끄는 것은 초록의 힘이다. 칙칙한 원도심 골목길을 밝히는 초록요정들. 골목길 어르신들이 가꾸는 나무와 화분들에 마음을 뺏긴다.
단독주택이 좋아 인천 동구 원도심으로 이사와 살고 있다. 대체로 만족하지만 신도시에 부러운 것이 있다면 바로 녹지 환경이다. 말끔한 공원과 잘 정돈된 가로수. 이런 것이 없다 보니 마땅히 걷거나 쉴 곳이 없다. 나름의 방식으로 골목길 가로수를 대신하는 어르신들의 초록 화분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 전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창영초등학교 나무들이 학살 수준의 가지치기를 당했다. 거의 목을 자른 꼴이다. 기가 막혀 인부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나뭇잎이 떨어져 사전 정비를 하는 거라고 한다. 게다가 나무는 학교 사유재산인데 뭐가 문제냐란 투다. 가로수 정비 업체야 최대한 싹둑 잘라버려야 비용 절감을 비롯해 여러모로 유리할 테다.
지난해 동인천역 북광장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가로수를 싹둑 자르고 벤치를 없애 버렸다. 술판을 벌이는 주취자와 노숙인을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가뜩이나 쉴 곳 없는 곳이 더 삭막해졌다. 그늘과 벤치에서 쫓겨난 이들은 길바닥에 자리를 깔았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인천의 녹지환경만족도 비율은 인천이 43.4%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다. 전국 평균치는 58.7%. 게다가 동구의 녹지율(도시계획구역 전체 면적에 대한 녹지의 비율)은 10.94%로 인천에서도 꼴찌다.
녹지를 새로 조성하지 못한다면 있는 나무라도 잘 가꿔야 한다. 당연한 일 아닌가? 적국 꼴찌 녹지 환경, 인천 동구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가로수에 관한 조례와 지침을 만들어 무분별하게 가지치기를 못하게 해야 한다.
골목길 화분을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자신이 사는 골목과 동네를 가꾸고 아끼려는 다정한 마음. 그 마음을 보지 못한다면 도시를 재생할 수도, 그 무엇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