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배다리로 이사 온 지 벌써 8년. 아파트 층간소음을 탈출해 도착한 단독주택이다. 집을 사니 동네가 왔다. 집을 사는 것은 동네를 사는 것이다. 덕분에 음악 감상 모임, 팟캐스트 모임도 하게 되고 동네 친구들도 제법 생겼다.
50년 넘게 문방구를 하는 뒷집 할머니는 여전히 새벽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고, 앞집 주먹밥 이모님도 쾌활한 웃음으로 학생들을 맞이한다. 우리 집 마당으로 상추 꾸러미를 던져주시던 앞집 할머니는 지난해 돌아가셨다. 옹기종기 모여 햇볕을 즐기시던 고양이 할머니들도 올해는 너무 더워서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헌책방 사장님들은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마을 프로그램을 시작해고, 주민들이 앞장선 배다리주민협의회는 마을 이모저모에 대해 논의하고 대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나는 다 참석도 못하면서 마음만 바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2021)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진화와 생존이 경쟁적인 적자생존이 아닌 협력적이고 친화적인 다정함에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가진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 그리고 타인과의 친밀감을 통해 집단을 확장하고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주장이다.
적자생존과 다정함. 둘 중 무엇이 나약한 인간을 생존케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정함 쪽에 마음이 기운다.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며 다정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더 즐겁고 유익하단 걸 깨닫기 때문이다. 컴컴한 골목이 환해지라고 화분을 내놓는 마음, 분리수거를 돕기 위해 땡볕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음, 동네 사람들을 위해 가게 앞에 의자를 내어 주는 마음. 삶을 사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런 다정한 마음이다.
(인천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저 또한 다정한 마음으로 살기를 다짐하며 연재를 마칩니다. 어디에 사시든 오붓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