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음 씨는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갔다. 파트너 들과 함께 출장을 다니고 사업계획을 협의하는 건 주재원으로서 중요한 업무중 하나이다. 타이트한 일정때문에 내음 씨와 일행은 공항에서 호텔로와 시차 때문에 바로 정신없이 잠을 잤다. 이후 다 같이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벌써 10시가 넘어 호텔 뷔페식당은 닫은 상황이었다. 뷔페식당이 점심에 다시 열 때까지 기다리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아 가까운 다른 식당을 찾아갔다.
그 때 비극(?)이 시작된 시저의 궁전 (Ceaser's Palace) 호텔
식당은 버거, 베이컨, 토스트와 커피, 주스 등을 파는 전형적인 캐주얼 식당이었다. 다들 breakfast 기본 메뉴 1인분씩을 시켰는데 같이 간 파트너 중에 한 사장이 미국에 왔으니 팬케이크를 한 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여 그것도 추가를 하였다.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기본 플레이트, 커피 머그잔, 주스 잔 다 정말 큰 사이즈에 많은 양이 나왔다.
" 미국이라 다 크네요"
"이거 다 못 먹겠는데"
다들 너무 크고 양이 많다며 껄껄대며 먹기 시작했다. 반 정도 먹었을까 우리는 추가로 시킨 팬케이크를 잊은 채 이미 부른 배를 껴안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종업원이 익스큐즈미 하며 큰 접시 하나를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자 파트너 중에 한 명이 손사래를 치면서 종업원에게 말했다.
" 우리 피자 안 시켰는데 "
" 아, 피자가 아니고 팬케이크예요 "
종업원이 팬케이크라면서 큰 접시를 내려놓는데 정말 거대한 팬케이크였다. 그것도 다섯 겹으로 쌓여 있었고 그 큰 접시에도 다 들어가지 못해 옆 가장자리로 살짝 팬케이크가 넘쳐서 놓여있었다. 종업원이 접시를 내려놓기 전에는 큰 접시 때문에 익스트라 라지 정도 크기의 피자라고 분명히 생각했다. 내음 씨와 거래선들은 팬케이크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박장대소했다.
"아 그래도 남기면 안 되지 내가 좀 힘써보죠"
팬케이크를 시킨 중국 거래선 필립이 자기가 말을 꺼냈으니 최대만 많이 먹어보겠다며 4분의 1 정도 팬 케이크를 잘라 자기 접시 위에 가져다 놓았다. 우리는 다 국적이 달랐지만 아프리카나 제3세계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 얘기를 하면서 먹을 것은 낭비해서 버리면 안 된다는 공감대 하에 마치 의리 게임을 하듯이 팬 케이크를 최대한 먹을 수 있는 만큼 잘라서 각자 자기의 접시에 옮겨 담았다.
" 우리 점심은 꼭 먹지 말고 저녁도 최대한 늦게 먹읍시다 "
호주 거래선 그렉이 제안하자 다들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Yes라고 대답하기가 힘들 정도로 American Pancake의 크기는 강력했다. 그런 실랑이 끝에 간신히 팬 케이크를 다 먹을 수 있었다. 다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던 중 옆 테이블에 다섯 명의 동양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대화하는 것이 들렸는데 일본 사람들이었다. 내음 씨는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귀에 들렸다. 그 일본 사람들도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려는 중이었다.
" 뭘 먹지? "
" 여기 팬 케이크가 유명하다는데 그거 어때요 너무 배고파요?
" 스고이~ 완전 좋아요. 지난주에도 다이칸 야마에 가서 팬케이크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요. 미국 팬케이크도 꼭 먹어보고 싶어요 "
" 그럼 다 팬 케이크 먹을래요? 그런데 여자인 미호상과 다카코 상이 혼자씩 먹기에 너무 크지 않나? "
" 아니에요 스즈키 상. 지금 너무 배고파서 쓰러지겠어요. 그리고 여자라고 무시하지 말라고요. 이 정도 가게에서 파는 건 다 먹을 수 있어요 "
내음 씨는 귀를 의심했지만 배고파 죽겠다는 옆 테이블 사람들의 주문을 막을 수 없었다.
“ 미스터 심, 우리 올해 비즈니스는 이렇게 좀 해봅시다 “
갑자기 브라질에서 온 거래선 구스타보가 말을 걸어 우리 테이블에서 2개 테이블 정도 떨어진 곳에 앉은 일본 사람들에게서 신경이 잠시 떨어졌다. 부른 배를 안고 잠시 구스타보와 말을 하다 보니 다들 후식으로 커피와 차를 마시고 마침내 칭기즈칸이 새 땅을 정복하고 밤새 먹었을 것 같은 양의 거대한 브런치가 끝났다. 일어나면서 다시 옆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나 보려고 시선을 옮겼다. 다들 즐거운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고 아직 테이블이 비어 있는 걸로 봐서는 음식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과연 팬 케이크를 몇 개나 시켰을까 무척 궁금했다,
“ 미스터 심, 갑시다 “
거래선들이 어느샌가 출구 족으로 나가 내음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 네, 갑니다 “
일본 사람들이 앉은 그 테이블을 뒤로한 채 내음 씨도 식당을 떠나기 위해 출구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에~~~~~~”
“우왓~!”
“고레 나니(이게 뭐야)
“도시오(어떡하지)”
아 역시나... 나오면서 뒤를 쳐다보니 몇 명의 레스토랑 직원들이 양손에 하나씩 아까 거대한 팬케이크를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오 마이 갓, 아무래도 1인당 1개씩 시킨 것 같았다. 헐~ 여기서 질문! 여러분이 만약 여기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겠어요? 조금 오지랖을 부려 얘기를 하셨을까요 아니면 그냥 지나치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