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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 생활을 마치고 남은 것들

좋은 점과 나쁜 점

by 심내음

10년 동안 두 번의 주재와 다수 국가로의 장/단기 파견(주재와 파견을 조금 쉽게 구분하자면 첫 번째 기간, 둘째로 집을 얻어 지내는지 호텔 타입 숙소에서 지내는지 마지막으로 가족이 함께인지 아닌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 보다 더 셀 수 없이 많았던 출장들에서 느낀 점을 쏟아내고 싶었다. 물론 나보다 더 오래 주재 생활을 하신 분들과 심지어 지금도 해외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많은 주재원들이 계실 것이다. 그분들보다 먼저 용기를 내어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은 지금 현재 주재원이 되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최근 주재에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 물론 지금 세 번째 주재가 검토 중인 나도 나중 은퇴하기 전에 더 많은 주재 생활을 하고 더 많은 정보를 드릴 수 있겠으나 현재와 최근이라는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주재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제 경험상 분명 이런 글을 남기기에는 바쁜 일상으로 개인 시간을 내시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렇게 중간점검차 해외 주재 생활이 나와 가족들에게 남긴 것들을 돌아보았다. 물론 좋은 점과 흉터 혹은 훈장처럼 남은 나쁜 점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큰 것 3가지씩만 짚어 보겠다.


좋은 점은 첫째로 자녀 교육 측면이다. 글로벌 시대에서 1개 이상의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아이들에게 주었다는 것은 부모로서 그래도 내가 아이들에게 뭔가를 해주었구나 하는 안도를 준다. 그리고 한국 학교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각종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둘째로 자신의 업무적 확장성이다. 해외에서 사업을 책임지는 주재원인 소수인만큼 한 사람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본사에서의 업무에 비해 그 범위가 비교도 안되게 커진 주재원의 업무와 권한은 분명 힘들지만 자기 커리어에서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셋째로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국에 있었을 때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중한 것들 당연하게 여기고 삶이 무료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해외에 나와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의 일상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뚜렷한 4계절, 떡볶이, 순대 국밥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해외에서 절대 똑같이 맛볼 수 없는 맛있는 음식들, 치안 걱정 없이 밤에 가족들과 할 수 있는 산책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 했던 것들이 행복이라고 느껴진다. 잠시 해외에 나가 살면서 귀국했을 때 한국에서의 삶을 정말 격하게 다시 사랑하게 되고 삶의 큰 활력을 가질 수 있었다.

나쁜 점도 살펴보면 나쁜 점 첫 번째도 자녀 교육 측면이다. 주재원 자녀들은 해외에서 학비도 비싸고 시설 및 환경이 좋은 국제학교를 다니는데 그 안에서 아이러니하게 나쁜 환경(반항, 흡연, 약물, 범죄)에도 노출된다. 한국의 엄격하고 수동적인 공부 환경에서 국제학교의 자유분방함과 학생 주도의 적극적인 수업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도 갑자기 커진 자기 주도권을 감당하지 못해 나쁜 유혹에 노출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둘째는 워라밸을 가지기가 힘들다. 절대적으로 업무의 양이 많아져서 개인과 가족에게 시간을 내기가 정말 힘들어진다.


셋째는 건강이다. 사실 최근 주변 주재원 동료들을 보면 주재 생활을 통해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90% 이상 심각하게 나빠져 중도에 귀임을 하는 사람들도 20% 정도, 운 좋게 임기를 마쳤어도 귀국 후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50% 이상 된다. 아무리 주재를 나가기 전에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수백 번 듣고 본인도 다짐을 해도 한 사업의 책임자로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결정하고 관여해야 하고 가족들의 해외 생활 적응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많은 일들이 벌어져 건강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 많은 좋은 점과 나쁜 점들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정답은 가족이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 주재 생활을 통해서 사업, 업무, 행복, 성공 등의 단어들 속에서 많은 고민과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기준이 되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에 앞서 다른 것들을 위해 가족을 희생한다면 일시적으로는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나중에 후회가 남게 된다. 가족을 유지하고 가족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외 주재 생활에 모든 것들을 결정한다면 주재 생활이 끝나도 51%는 긍정적인 것이 차지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씀 들일 수 있다. 그리고 해외 주재 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100% 성공과 행복을 목표로 하지 마시고 51%의 성공과 행복을 목표로 가족들과 함께 힘을 합하신다면 분명 의미 있고 좋은 추억이 함께하는 주재 생활을 만들어 가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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