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내음 Sep 01. 2023

지명 커피

강릉과 신촌

민재가 요새 자주 마시는 커피들이 있다. 강릉커피와 신촌커피다. 민재가 처음 강릉 커피를 만난 건 편의점 이었다. 목이 말랐지만 민재는 갑자기 무엇을 마셔야할지 몰랐다.

그때 갑자기 강릉커피가 민재의 눈에 들어왔다. 회사원인 민재에게 강릉은 항상 탈출구였고 쉽게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 었지만 근 10년동안 가보지 못한 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가깝지만 먼 강릉이었다. 10년동안 쉬러 가자 가자 했지만 가지 못했다. 민재는 스스로가 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릉은 10년도 더 전에 가본 아득히 기억 속에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강릉 커피를 마시면 강릉에 있는 것 같았고 더 맛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강릉 커피가 없을 때 신촌 커피가 있었다. 신촌 커피는 강릉 커피보다 좀더 달달했다. 커피가 단건지 아니면 민재가 가진 신촌에서의 기억이 단건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달았다. 민재가 대학생이었을 때 신촌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 거리는 곳이었다.



강릉 커피와 신촌 커피 때문에 민재는 그래도 몇 개월동안은 좀 버틸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몇 달이 지나서 그 커피들을 마셔도 약간 행복이 느껴지지 않을때가 오기전에 또다른 무언가를 찾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커피가 되었건 무었이 되었건 이제까지 처럼 무언가가 민재의 삶을 꺼지지 않게 해왔듯이 말이다. 민재는 비록 불안해서 기도를 했지만 꼭 무언가를 찾아서 또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음이 끊어지지 않는 것도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신촌커피를 비우고 아침 회의를 하러 발을 옮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열기 전까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