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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스 May 20. 2021

감사편지 쓸 때마다 사실 미안한 일이 더 많아서

어머니 생신에 부쳐

따듯하게 자랐다고 매번 생각했습니다

사실 죽을 때 남는 건 그런 식지 않는 추억 같은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키워내는 동안 동전 지폐 같은 것들이 모자란 적이  많았다 들었지만 그닥 맘을 쓰거나 고민한  없던 것은 


구제 니트 삼천  오천 원에  일에

크게 기뻐하는 모습보면서 자랐기 때문이겠지만


구제 가게 옷걸이 앞을 지날 때

백화점 파격 세일 문구를 볼 때

어머니 생각이 나는 건

꽤 먹먹한 일입니다


이따금

어머니도 꿈이 있어서 재주가 많아서

더 멋진 사람이 되셔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 가요제도 나갔다던 이야기

암벽등반을 즐겨했다던 이야기

그림이 좋아 미술 전공했다던 이야기

바다가 좋아 물질도 참 잘했다던 이야기

외로우면 캔디 노랠 불렀다던 이야기

를 들으면 참


어머니의 시절은

꽃 바람 별 때론 강아지같이 맑고 힘찼구나

그런 추억이 식지 않고 전해집니다


두 아일 키운다고

꽃 바람 별 같은 세월 접어두고

여자는 여자라서 이래야한다고

아직 그런 시절을 살아내고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엄마가 엄마가 된 것이라 생각할 때가 잦습니다


90년 즈음 태어난 사람들이 저와 같이

부모님의 꿈을 갉아먹고 자라서

참 꿈만 많은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만큼이나 그대로

미안한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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