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Apr 13. 2024

봄나물 캐는 산골 아낙네

- 봄을 타는 산골 아낙네

봄나물 캐는 산골 아낙네

- 봄을 타는 산골 아낙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나물 캐는 아낙네여

뉘 서방은 어딜

인적이 드문 산골에

이산 저산 헤매며

나물을 캐러 다니는가


누굴 찾아 헤매기에

이리저리 부산타 못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봄나물 뜯으러 가는 행색이

가히 남원 산골 처녀만큼

기다리는 마음이 되었던가


참취, 암취, 수취, 머위, 드룹, 다래순...

이손 저손

봄나물 캐라 바쁜 손에

마음은 뉘를 기다리기에

가던 길을 외면하

다른 길로 봄나물을 캐러 가는가


해는 벌써 중천에 떠올랐는데

서방이 기다리는 집에는 어이하고

저 산 너머에 기다릴

또 다른 사랑방 손님 핑계 삼아

넘나드는


신이 났네 신이 났어

어머 벌써 올라왔네


어언 서당개 삼 년이 옛말인가

반가운 마음에 손은 뒷전이라

떠나온 마음먼저 앞서가는

산골 아낙네여


저 옆산으로 가면 더 많겠지

때 이른 사월에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마 땀 후려칠 사이도 없이

봄나물 뜯기에 한창이는

봄 아낙네여


한껏 부푼 마음 

저 하늘 떠가는

미더운 구름의 마음도 몰라

문득 허리 펴 뒤돌아보니


저 멀리 치악산

막골 산자락 아래

울긋불긋 피어난 붉은 화꽃

나의 지난 청춘이어라


이곳을 지나는

화스님에 마음 뺏기어

봄나물 캐는 아낙네여


세월의 한 자락에 오른 마음은

어딜 두고

이리 부산스럽

일찍이 넘어보지 못한 산을 넘나들꼬


그대의 첫 만남인가

그대의 첫 순정을 받쳐왔던가

새벽 일찍이 솟아올랐구나


참 취나물 꺾어

향긋한 냄새 취해버린 취나물에

급한 마음 제쳐 둘 사이도 없이

한 입 베어 입에 담아 둔 사랑


옛날에 첫사랑의

향긋하고 시큼한 맛의 향내가

베어나는구려


봄나물 캐는 아낙네야

해는 어느새

고개를 뉘엿뉘엿 넘나드는데

어이하여 그대는 아직도

그곳을 배회하고 떠나지 않는가


소쩍새가 우는 달밤을 기다리는가

행여나 혹시나  하는 마음  한 곳에

이곳을 지나는

어느 나그네의 발길을

막아섬인가


어서  하산함세

내려감세

그러다 올라온 길  마다하고

내려가는 길 따로 하면

뉘 서방 밤새 기다림에 지쳐

부엉이 울음에

설움이 가득하여라


오늘 같이

달 없는 그믐달밤

기나긴 밤을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다른 밤  다른


고개 넘나드는 사연을

어찌  이루다 말을

서로 말 못 할 사연을 곡하리오


봄나물 캐는 아낙네여

 그대를 위해 친히


꽃을 따주고

봄나물도 따주리니


부디 이 밤을 넘지 마오

기다림에 지쳐 잠든 이의

별빛이 쏟아져 내린 초가집 지붕 위에


옛사랑의 둥근달의 소원을 빌어

박을  따다 설근설근 매어

그대에게 사랑의 복을 터주리다

다래순
참취,취나물
머위
잉어의 산란철

2024.4.13 시골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산은 나의 스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