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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02. 2024

낙엽과 몸짓

-  마지막 낙엽

정서주.미운사랑

낙엽과 몸짓

-  마지막 낙엽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아름다운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하얀 옷에


얼룩이 묻은 것을 바라볼 테면


나는 그 마음을


처음의 마음이 아닌


속세의 마음이라고 말하리



치악산 깊고 깊은


맑은 계곡 물 한 자락에 피어난


옥수에 담을 정하나에


떠내려온 붉은 단풍 한 점에


발을 담그고 정화수 떠올리니



이 마음이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나


첫사랑에 첫눈 멀어져 가는


첫 순정의 마음


때가 묻어나지 않는 내세


그 마음을


곧 피안의 세계라  말하리






스치듯 불어오는


가을바람에도


치악의 가을이 떨어지고



치악산 맑은 계곡물 떨어지는


청아한 소리에 귀 기울이면


치악의 가을은


바람에 흩날려 떨어진 단풍에


막바지 홍역을 치른다



당신이 거울 앞에 화장을 고치고


거울에 비친 나신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당신의 젊은 날의 초상이


되어갑니다



단풍처럼 붉게 물든


당신의 홍조 띤 얼굴에 빛바랜


옥 같은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바라볼 테면



나는 그대에게


마지막에 떨어지는 낙엽의 전라의 몸짓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감히 말을 하렵니다

2024.11.5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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