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반계리 은행나무 아래 서면
- 천년의 인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천년의 숨결
어느 한 노 스님의 지팡이가
인연이 되어
그 고개를 넘나드는 이에게
바람의 숨결을 불어준다
주목은 죽어서도
천년을 살라 청하거늘
너는 여태
지난 천년을
약속이라도 하듯이
아직도 청춘을
기억하려 말하고
말없이 침묵으로 일관되게
그곳을 지키는
연유가 있었을까?
네게서 나는
단 하루의 사랑을
앓고 싶다
네 지나온
민족의 아픔과 슬픔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도
늘 한자리 그곳에서
굿굿이 이 땅의 산신이 되어주며
지켜주던 너였기에
더더욱
너야말로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지탱할
거룩한 민족의 사슬로 엮어진
매듭의 연을 끊어줄
이 땅의 수호신
나는 너처럼
이 땅을 짊어지고
함께 걸어가는 업보
이렇게 살아가리라
천년을 하루처럼
하루는 하루살이처럼
그렇게 살다가
나는 너처럼 살다가
가리라
2025.11.14 원주 문막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