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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긴장

by 갈대의 철학
생일. 조태복

김장

- 긴장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김장철은

긴장철


해마다 찾아오는

연례행사에

사랑방 손님 맞이 하듯

일사불란


김장 채비 하기 전에

마음은 벌써 진퇴양난

몸은 뜬구름


동네방네

서리발 빗발치듯

내려앉는 아침을 맞이하면


모락모락 몽글몽글

김이 서려 피어오르듯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넉살 맞은 뭇 남정네에

구수한 입담 이야기는

아낙네의 얼굴에

홍조 띤 꽃이 발그스레 피어나고


마치 연거푸 뿜어져 나온

담배연기 마냥

추운 날

입김이 하얗게

서리되어 맺힌 그날에


누구누구 아버지

여기 배추 한 다발

여기저기서 요청 쇄도해도


몸은 지옥

마음은 천당

희로애락이 바로 이 맛이요


나를 애타게 이렇게 찾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잖소


삼삼오오 둘러앉아 모인

자리에는


어느새

구수한 막걸리 한 사발에

점점 깊어가는 초겨울 입문은


농익어 가는

동네 사랑방 이야기에

동쪽에 떠오른 훤한 둥근달에

내님 얼굴 다시 바라보며

웃음꽃이 만연하네


2025.11.14 김장 하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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