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무의 자살(自殺)
- 사랑의 자살(自殺)
어느 나무의 자살(自殺)
- 사랑의 자살(自殺)
시. 갈대의 철학[蒹葭]
그해 여름날
가을 채비도 못한 채
말라버린 네 잎새에
네 안의
모든 것을 불태우더니
가을이 오기 전에
그저 못다 이룬
남은 마지막 잎새에
먼저 물들이려고
이렇게 처절하게 몸부림 치고
네 모든 것을
다 살았다고 알리려 하였는지
만추가 가기 전에
네 모든 것을
털어내기에는
이 가을은 아직 멀었다
겨울 동장군이 오기 전에
불태우지 못할 거라
겨울채비에
너도 제 목숨 연줄처럼
한가닥
실바람에 떠나보내는구나
가을 찬 바람 불어오기 전에
떠난 사람
나무가 자살하면
내 마음의 사랑도 자살한다
2018.10.3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