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낰낰 May 22. 2024

03. 사랑이 필요한 영화 속 주인공이 머무르는 곳

영화 'her' 주인공, 테오도르의 내면을 공간으로 표현한다면?

1. 오늘 떠나 볼 영화 속 주인공은



"사랑이 어렵고, 여전히 외로운 우리 모두를 위한 로맨스"


오늘은 영화 속 주인공이 사는 공간으로 떠나볼까하는데요. 바로 많은 분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의 영화 'her' 속 공간이에요. ‘her’는 인공지능 사만다과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 테오도르의 이야기에요. 편지 대필 작가로 활동하는 테오도르의 삶은 그의 낭만적인 편지들과는 다르게 외로움만 가득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진심을 대신 전해주는 직업과는 달리 본인의 감정은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죠. 그렇게 항상 침묵을 선택하는 그에게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고, 그렇게 이혼 후 테오도르는 과거에 머무르며 후회만 가득한 삶을 살고 있었어요. 이런 그를 위로해준 건 바로 인공지능 사만다였어요. 때로는 가장 친한 친구로, 때로는 업무를 도와주는 동료로 사만다는 항상 테오도르의 옆에 있어줬어요. 영화 ‘her’는 후반부로 갈수록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사만다를 통해 아내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을 보여줘요.


영화 ‘그녀’ 속 미래는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로 단정지어 표현되지 않았어요. 가까운 미래에 기술이 발전했을 때 평범한 개인의 삶을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영화 속 미래는 기술의 편리함으로 많은 것이 해결되었지만 서로를 좀 더 믿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여전히 결핍되어 있어요.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만 같았던 최첨단 기술도 결국 사랑에서 오는 결핍까지는 해결해 주지 못해 결국 무기력함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어요.



영화의 아트 디렉팅을 맡은 바렛(K.K. Barett)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유사하게 미래의 도시를 그렸어요. 관객들이 'her'의 세상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 비슷하게 느끼길 원했기 때문이에요. 대신 바렛과 감독은 시끄러운 도로, 반짝이는 간판 등을 제거하고 고요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미래의 모습을 표현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 속 세상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다는 공감을 불러일으켜요.


바렛은 건축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을 공간으로 나타내는 것에 집중했어요. 특히 주인공 테오도어의 모순적인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색감과 가구 배치에 신경을 썼어요. 외롭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사는 주인공의 성격이 곳곳에 잘 녹아들어 있죠. 이제부터 그의 공간을 하나씩 둘러볼까요?



2. 따뜻한 미니멀리스트의 아파트


테오도르는 아내와의 이별로 자신에 대한 실망과 후회가 많은 캐릭터에요. 영화 초반 그가 유일하게 웃음을 지었던 건 아내와 행복했던 과거를 상상할 때였어요. 유일한 행복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보니 다른 것들은 무감각해지고 점점 냉소적으로 변했어요. 하지만 그의 깊은 내면에는 여전히 새로운 사랑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열정이 있었죠. 그래서 테오도르가 사는 공간을 차가운 공간에 따뜻함이 드러나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어요.


바렛은 이것을 따뜻한 미니멀리즘이라고 표현했어요. 주인공이 아내와의 이혼 소송 중 느끼는 공허함은 공백이 가득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통해 표현했어요. 그리고 레드, 핑크와 같은 따뜻한 컬러를 조명과 소품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아직 남아있는 주인공의 따뜻한 마음을 나타냈어요.
 이러한 따뜻한 미니멀리즘은 소재의 디테일로도 느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웜톤의 목재 바닥을 사용해 미니멀리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넓은 공백을 마냥 공허하게 표현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브라운 톤의 소파와 우드 책상을 함께 배치해서 최소한의 가구로 공간에 따뜻함을 담았죠.



테오도르의 거실엔 아직도 풀지 못한 짐들이 바닥에 질서 없이 놓여있어요. 아내와의 이혼으로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그가 새로운 삶에 아직 적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부분이죠. 바넷은 테오도르의 아파트에서 느껴지는 불완전함이 그가 아직 삶에서 쉴 곳을 찾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했어요.


테오도르의 아파트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고급 아파트 최상층에 위치해있어요. 그래서 테오도르는 집 어디서나 도시의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요. 테오도르의 아파트 위치는 영화 속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해요. 하나는 화려한 도시의 풍경과 대조되는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강조해주는 역할을, 또 하나는 큰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자연광이 공허한 집 안을 채워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역할을 해요.



3. 편지의 감성이 남아있는 로맨틱한 회사



감독과 바렛은 영화 속 세상이 현실보다는 좀 더 완벽에 가까울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이런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이 바로 테오도르의 회사에요. 바렛은 현재에 사는 우리가 일하고 싶은 공간, 곧 ‘완벽함’에 가까운 회사란 이런 곳이 아닐까하는 상상력을 보여줬어요. 테오도르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미니멀한 가구 배치를 사용했지만 미니멀리즘이 주는 공허함이 아닌 깔끔함을 강조하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회사 인테리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게 미니멀리즘인가?’ 라는 의문이 드는데 그건 레드, 오렌지 등 선명한 색감 때문이에요. 그래서 낭만적인 편지를 대필하는 회사라는 배경이 잘 드러나는 활기차고 로맨틱한 무드가 완성되었어요.



바렛이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과감하게 색을 사용한 것은 밝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해요. 그리고 무색에 가까울 만큼 공허한 주인공 테오도르가 다양한 색이 존재하는 회사에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삶에도 곧 활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암시까지 숨겨두었죠. 예쁜 사무실에서 핑크 셔츠를 입고 러브레터를 쓰는 테오도르의 일상을 다시 보니 너무 귀엽고 따뜻해서, 회사에 앉아있는 지금 힐링이 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네요. 



최소한의 가구만으로도 한 사람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오늘은 영화 'her'의 주인공 테오도르가 가장 오래 머무는 집과 사무실을 함께 둘러보았어요. 인물의 내면과 배경을 함께 떠올리며 보니 이미 봤던 영화인데도 새롭게 느껴지더라구요. 특히 저는 영화의 아트디렉터 바렛이 테오도르의 집을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돈된 듯 정돈되지 않은 가구들과 넓은 여백의 공간, 그리고 곳곳에 핑크 또는 레드로 포인트를 준 부분들이 공허하지만 사랑이 필요한 따뜻한 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고 있었어요. 비울수록 여백이 드러나면서 그 안에 놓여있는 가구들이 강조되다보니,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오히려 잘 드러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이번 컨텐츠를 계기로 앞으로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이 오래 머무르는 공간은 어떻게 생겼나하고 좀 더 궁금해질 것 같아요. 좀 더 깊이 있게 관람할 수 있는 포인트가 생긴 것 같달까요? 



내용의 원문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motionpictures.org/2013/12/production-designer-k-k-barrett-on-creating-hers-beautiful-future/

https://www.archdaily.com/480608/interiors-her

https://www.housedigest.com/1135311/how-to-decorate-your-house-like-the-movie-her/



그리고 낰낰 뉴스레터로 새로운 집들이를 매주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로 초대할게요! 

https://letterknockknock.stibee.com/


매거진의 이전글 02. 작은 조명일 뿐인데 뭐가 달라지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