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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낰낰 Jun 09. 2024

06. SF 걸작에서 만나는 디자인의 정수

공간으로 살펴보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미래

1. 오늘 떠나 볼 영화 속 주인공은



“SF 영화 역사를 바꿔놓은 걸작”


오늘 소개할 영화 속 공간은 SF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예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류의 발전 속 새로운 지식을 향한 갈망을 보여줘요. 영화는 인류의 진화와 우주 탐사, 그리고 인공 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를 4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서 전개해요. 첫 번째 에피소드 [도시의 여명]은 최초의 인류가 어디선가 나타난 돌기둥(모노리스)을 만진 후 지혜를 터득하고 최초로 도구를 사용하게 된 이야기를 보여줘요. 두번째 [달을 향한 여행]과 세번째 [Jupiter와의 재회]는 미래의 인류가 우주를 탐험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시공간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줘요. 마지막 에피소드 [무한의 스페이스]에서는 주인공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시공간을 여행하며 모든 것을 깨달은 듯한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나요.


영화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달착륙 1년 전인 1968년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인데요. 우주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이전에 완벽한 고증으로 이를 시각화했죠. 그리고 50년도 더 지난 현재에 봐도 모던한 영상미와 사운드,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돋보여요. 이후 제작된 SF 영화의 대부분은 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오마주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2. 영화 속 비하인드



1968년에 개봉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우주 탐사에 대한 당시의 뜨거운 열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에요. 1957년 스푸트니크 1호 발사부터 1969년 달 착륙까지 대중이 우주 여행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면서 60년대에는 미술 작품부터 문학, 영화,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인의 혁신이 일어났어요. 그리고 이 혁신은 우주 시대(Space Age)를 탄생시켰죠. 당시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기존 물자가 부족해지면서 플라스틱과 아크릴과 같은 신소재들이 대체재로 사용되었고, 이후 우주 시대 디자이너들을 통해 혁신적인 소재로 탈바꿈했어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가구들도 신소재로 제작되어 당시 시대적 배경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2001: A Space Odyssey'의 세트는 미래의 기술을 내다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내가 예측한 디자인이 뒤쳐져 보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 스탠리 큐브릭


큐브릭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몇 십년이 지나고 봐도 촌스럽지 않고 미래를 제대로 예측한 영화로 남길 바랐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우주 탐사를 구현하기 위해 감독은 천문학자, 항공우주학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세트장을 완성했어요. 그리고 미래적인 디자인을 담아내기 위해 영화 속 모든 가구들은 IBM, Parker Pens, Honeywell 과 같은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들에 의해 제작되었죠. 그의 노력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현재까지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혁신적인 인테리어의 상징이 되었어요.

영화 속 HAL 9000이 오늘날의 Siri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큐브릭 감독은 미래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대의 최첨단 기술을 예측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영화의 내용이 너무 설득력이 있다보니, 실제로 달착륙은 없었고 모든 것이 큐브릭 감독의 영화 스튜디오에서 조종된 장면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해요. 



3. 디자인의 혁명을 보여준 우주 정거장



60년대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공간을 소개할께요. 그 첫번째는 바로 힐튼 스페이스 로비에요. 무채색 공간에 화려한 색의 가구를 배치해서 대비감을 강조된 것이 특징이죠. 우주시대에는 기존의 디자인 범주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가구도 과감한 색감과 간결한 선을 활용해 디자인되었어요. 힐튼 스페이스 로비도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공간에 강렬한 컬러의 가구를 대비시켰다는 점에서 우주 시대의 디자인을 엿볼 수 있어요. 힐튼 스페이스 로비의 빨간색 의자는 프랑스 디자이너 올리비에 무그가 디자인한 ‘진 시리즈(Djinn Series)’에요. 이 의자는 영화를 위해 제작되었지만 영화가 공개된 후 큰 인기를 끌어 판매로 이어졌던 제품이에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속 가구들은 다음 챕터인 '영화 속 신 스틸러, 가구' 부분에서 더 자세히 알려드릴께요.



두번째는 바로 우주선의 내부 공간이에요. 60년대에는 CG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세트장을 모두 직접 만들었어요. 둥근 형태로 디자인된 내부를 통해,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벽을 타고 천장 위를 걷는 모습으로 무중력을 표현했죠. 이렇게 둥글고 대칭적인 우주선의 형태를 통해 주인공들이 돌고 돌아 제자리도 돌아오는 것처럼 끝이 안보이는 우주 공간을 탐사하고 있는 것을 표현했어요.


큐브릭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영화 최초로 미지의 우주 공간을 가장 현실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람들에게 무서움으로 다가가진 않을까 우려했어요. 그래서 공간에 색감을 더해 우주 탐사를 보다 흥미로운 주제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고 해요.



4. 영화 속 신 스틸러, 가구


(출처: Film and Furniture Website, Pinterest)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은 바로 프랑스 디자이너 올리비에 무르주가 영화를 위해 제작한 진 시리즈 (Djinn Series) 의자에요. 1960년대에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둥글고 유기적인 형태의 디자인이 유행했는데, 진(Djinn)의자도 둥근 곡선과 하나로 이어진 일체형 구조로 디자인되어 당시의 유행이 잘 반영되어 있어요. 곡선을 강조한 일체형 가구들이 높은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다고 여겨졌던 당시 시대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진 시리즈는 특히 영화 속 미래 인류의 기술력을 표현하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출처: Film and Furniture Website, Pinterest)

영화 속 회의실 의자는 아티포트의 042 라운지 체어에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의 가구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아티포트에요. 아티포트는 영국 디자이너 제프리 하코트 (Geoffrey Harcourt)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영화 속 의자를 제작했다고 해요. 042 라운지 체어는 1960년대 우주 시대와 함께 시작된 미드센츄리 스타일을 반영해 당시 신소재였던 스틸 프레임과 인조 가죽으로 디자인을 완성했어요. 회의실 의자까지도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을 사용한 큐브릭 감독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이에요.



(출처: Film and Furniture Website, Pinterest)

진(Djinn)의자와 함께 힐튼 스페이스 정거장을 꾸며준 테이블은 가구 브랜드 놀(Knoll)에서 전속 디자이너로 활동한 에로 사리엔(Eero Saarinen)의 튤립 테이블이에요. 튤립 테이블은 디자이너 에로 사리엔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제품이에요. 이 제품은 화이트와 블랙 컬러만 판매 중이었지만 에로 사리엔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레드 컬러의 튤립 테이블을 제작해줬어요. 아쉽게도 영화에 나온 레드 컬러는 구매할 수 없지만 놀 웹사이트를 통해 다른 컬러는 구매할 수 있어요.



시대는 과거의 걸작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그린 미래의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았어요. 인류가 처음으로 달착륙 했던 때 보다 1년 앞서서 만들어진 영화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 본 모습이나 우주선의 모습 등이 현실과 매우 비슷해요. 그리고 당시 미래적으로 묘사한 공간도현재 우리에겐 익숙하게 느껴지는 디자인이 많았죠.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걸작의 예술성이 실제로 지금까지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의 걸작이 시대를 초월해 다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생명의 순환 같기도 하고 새로운 창작으로 이끄는 등대 같다고도 느껴지는데요. 혹시 여러분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마치 지금의 시대를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 장면이 있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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