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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소년 Aug 27. 2016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

당신은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이 가진 고민의 크기를 내가 감히 짐작할 수는 없어요. 나는 고작 당신이 하는 말 한마디를 곱씹고 느끼며 당신이 웃을 수 있을 만큼의 응원을 건네는 것. 그것만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뿐이죠. 당신의 미소가 나에게 있어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가 되어주었어요. 내 이기심을 뿐일지라도 나는 절대 당신의 미소를 잃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웃을 때가 정말 예쁘거든요.


 당신의 고민은 학교, 집안, 미래. 수많은 것들이 모여 복잡하다는 걸 알아요. 당신의 내면 곳곳을 둘러볼 시간은 없었지만, 적어도 당신이 은연중에 흘리는 이야기에서 나와 비슷한 점을 느꼈어요. 무엇이 불안한지 몰라 더욱 불안한 상태. 가고 싶은 길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진짜 내가 가고 싶은지도 헷갈리고, 현재 내가 누리는 것들을 포기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을 거예요. 그것뿐인가요. 긴 시간을 내던져 그곳을 향한다고 해도 언젠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내 모습이 얼마나 비참할까. 이미 깊은 주름으로 삶의 이야기를 대신한 사람들의 말을 들을 걸, 후회만 남진 않을까.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치열한 삶보다 더 열악한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어버리진 않을까...


 고민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를 거예요. 고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잘 모를 거야. 생각이란 걸 그냥 하지 않길 바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이 드는 것조차 자기 자신이 역겨워 질지도 모르죠. 그래서일까요. 내가 보내는 위로와 응원은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건네는 건방진 위로와 응원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당신의 고민과 삶을 감당할 것도 아니면서 무책임하다고 욕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어요. 말했잖아요. 당신은 웃을 때가 정말 예쁘거든요. 그 미소를 절대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에 나눈 대화 기억나요? 내가 전시회 요청이 와서 나눴던 이야기 중에 당신이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 있잖아. 네가 하려는 일이 이 세 가지에 전부 포함되면 좋은 거 아니야?"


  당신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던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이건 내게 건네는 말이 아닌 당신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란 걸 알았어요. 나도 그런 적 많았거든요. 다른 사람의 고민을 빌려 나 자신에게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일. 그렇게라도 나 자신을 보듬어주고 싶은 거죠. 어쩌면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고 응원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 일지도 몰라요.

 이 말을 들으면서 당신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겹쳐 보여 사실 외로웠어요. 다른 사람의 고민을 빌려 나 자신을 응원할 정도로 우리는 스스로를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었으니까요. 말 못 할 외로움을 등지고 계속 일상과 싸웠을 당신을 생각하니 그날 밤은 견디기 힘들었어요. 무참히 세상을 덮어버린 어둠이 마치 당신까지 덮어버릴까 봐 나는 당신을 비추기 위해 계속 깨어 있어야만 했어요. 그 외로움과 상처가 당신을 집어삼키기 전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리기 전에 막고 싶었거든요. 먼저 그 어둠에 잠식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거예요.

 세상에 어둠이 내려도 눈은 서서히 적응해 나중에는 그 세상을 마주 볼 수 있어요. 어딘가에 희미한 한 줄기 빛이라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완전한 어둠을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우리가 가진 고민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 속에 가둬버리곤 해요. 세상이 분명 존재하긴 하는데, 만져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아요. 빛이라고 불릴만한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아요. 나 자신도 보이지 않게 돼버리는 거죠.


 그곳은 분명 존재하긴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에 당신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짐했어요. 당신이 내게 했던 그 말을 돌려주어야겠다고. 당신의 등을 받쳐주어야겠다고. 누군가의 등을 받쳐주는 것,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되곤 하니까요. 나는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에게 이 말을 돌려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 당신은 모두 잘할 수 있어요. 당신의 삶은 여행과 같으니까. 자유롭고 사랑스러우니까.


 한 번만 용기를 내요. 당신의 용기가 미래에 가 닿길 기도할게요. 세계를 여행하는 당신에게 들리도록 한 번만 소리쳐 봐요. 당신의 꿈처럼 사라지지 않는 만년설 덮인 스위스의 설산을 바라보며 카페나 열차에서 글을 쓰는 당신에게. 또 햇살에 부딪혀 파도와 같이 부서지는 몰디브 바다의 빛망울을 보면서 상쾌한 바람을 느끼는 당신에게 들리도록 한 번만 소리 질러봐요. 그 세상은 당신이 먼저 소리치지 않으면 당신 앞에 나타나 주지 않아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세상을 나 자신 앞으로 불러들이는 거예요. 내 앞으로 불러들이는 일은 아주 쉬워요. 그저 한 번만 소리치면 돼요. 용기 내면 돼요. 당신의 부름에 세상이 다가와 줄 거예요. 어떤것도 두려워하지 마요.


 당신이 전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바람이 되어 줄게요. 당신의 용기와 속삭임을 가지고 미래의 당신에게 전해줄게요. 미래의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게요. 혹독한 시간을 견뎌내고 마침내 단 한 번의 용기를 가지고 왔다고. 이 용기는 우리가 살아온 20여 년을 대변하는 단 한 번의 용기라고. 그러면 아마 미래의 당신은 세계 위에 서서 당신이 살면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 그 순간의 노을을 맞이하며 이렇게 말할 거야.


 "그래, 여기까지 잘 왔어요. 이제 온전한 나 자신을 느껴도 괜찮아요. 이제 정말 행복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정말 행복해도 괜찮은 세상에 살아가길 바라요. 아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예요. 어차피 당신은 떠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당신은 이제 행복해도 돼요.

 당신이 가진 그 미소를 머금고 떠나봐요.


 당신은 꿈 많은 청춘이잖아요.

 그리고 이젠 정말 꿈만 꾸지 않을 거 잖아요.


 '이젠 정말 떠나야 할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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