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유혹

우리들의 중독

쉬는 날,

잠에서 깬다.

스마트폰에 손을 뻗는다.

이유는 없다.

버릇일 뿐이다.

웹 브라우저를 열고 서핑을 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 건지

생각하기 싫다.

문득 뇌리 저 멀리로부터

철인(哲人)일지도 모를 존재가

코앞까지 다가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나 나는

한동안 그의 존재를 모른 척한다.

싫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놀고 공부하라는 부모의 잔소리가 싫은 어린 아이처럼…


서핑이 적당히 지겨울 무렵,

누운채로 방천정 어딘가에 시선을 흩트린다.

생각한다.

‘나는 왜 자꾸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걸까…?’


그깟 전화기에 자꾸 손을 뻗는 이유…

심심하기 때문이다.

심심하기 싫기 때문이다.

복잡하기 싫고 유쾌하고 싶기 때문이다.

유희추구,

본능에 충실하고픈 욕망,

하등동물로서의 그 단순한 욕망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게임중독이든

어른들의 스마트폰 중독이든

인간의 모든 종류의 중독 메카니즘은 똑같다.

전두엽과

도파민과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징후,

그리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중독은,

감각을 끌어안고 이성을 내버린다.

스마트폰 중독을 느낀 어느 순간부터

사유하는 행위가 싫어진 나 자신을 느낀다.

두려움이 불쑥 올라왔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실존의 문제를

이제 좀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이젠 고작 전화기 하나가

‘나’라는 존재가치를 가볍게 무력화시킨다.

마치 빨간약을 선택한 네오가

매트릭스의 공간으로 서서히 빨려들다

통채로 집어 삼켜지듯.


스마트폰…

없으면 무언가를 잃은 듯 하고

있으면 무언가에 묶인 듯 한 딜레마,

주인없이 살지 못하는 노예가 된 것같은 느낌…


말없이 나를 지켜보던 철인이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할래…?”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