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념

가을

며칠 사이

지는 땅거미와 함께 다가오는

바람의 향과 소리가

내게 무언가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 바람은

지나간 여름의 그것이 아니다

날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

또 왜 왔었는지

난 기억하지 못한다


불현듯 찾아와

내게 운명같은 시간을 알리던 그 바람

오늘,

그 바람을 다시 만났다


내게 말을 건낸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고

그리움은 있었느냐고

그리곤

동화의 여인처럼

나의 몸을 감싸 어디론가 이끈다

내가 이토록 숫기가 없었을까

나는 말없이

마른 지푸라기를 내 가슴속에 채워넣는다


그렇게 고독을 만난다

나는 만날 것을 미리 알지만

또 힘들 것도 알지만

그 이끌림을 뿌리치지 못한다

그 바람은,

그 고독은 내게 그렇게 신기한 것이다

거부해야 함에도 거부하지 않게 만드는

그 힘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마약의 카타르시스도 아닌

고독은 그저 고독일 뿐

그곳엔 추억도 없고

낭만도 없음을


지난 가을

그렇게 날 짓누르고서도

무얼 더 해보려는지

바람은 내게 그렇게 손짓을 한다

혹 나는

지난 여름내내

이 바람이 오기를 기다렸을까


바람이 내게 묻는다

지난 해 만나게 해 주었던

그 가을의 고독은

그 후 어찌되었느냐고


그것이 살을 에는 몸살이 되어

잊어야 하는 악몽이 되어

새로이 나를 깨우더냐고


난 되묻는다

그 고독을 만난 이후

내가 부서진 게 맞느냐고

내가 널 잊고 산 것이 맞느냐고

혹 내가

그것을 다시 만나게 해 달라 하며

널 부른 것은 아니었느냐고


고독을 만났을 땐

몸부림 칠 힘도 없이 그렇게 괴롭더니

어느날 고독을 데려가겠노라 말하며

멀어지는 바람을 느낄 땐

가슴속 낙원같은 안락의 정처를 잃은 것처럼

그것이 영혼인지 무엇인지

이유모를 불안함이 되어

또다른 커다란 부름으로

날 흔들어 놓는다


바람이여

허수아비처럼 텅 비었던 나의 가슴을 채워줄

바람이여

세상의 저 끝

알 수 없는 것들의 천지여도 좋으니

오늘 그 고독의 그곳으로

날 데려 가다오

그리고 떠나지 말기를

떠나려거든 내 가슴 낙원의 기억도 함께 가져가

더 이상 기다림의 또다른 고통이

내게서 머물게 하지 않기를


오늘도 바람은

함께 가자는 속삭임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곳이 어디인지

내 마음 깊은 곳 그 무언가를 알고있는 것처럼

바람은 오늘도

그렇게

내게 무어라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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