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지 않은 일이란 없다

체벌에 관하여

by 바람꽃


사춘기 딸아이 분노표출은?


초등학교 고학년 사춘기 딸아이는 곧 잘 '대단하지 않은 일'에 크게 반응하곤 한다. 수학 문제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을 때, 새로 배운 피아노 곡의 연주 부분이 어려워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 심지어 친구와 게임의 승부에서도 여전히 크게 반응하곤 한다. 그런 아이의 '짜증'과 '분노'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일이 엄마인 내 일일 텐데 나 역시 곧잘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할 때가 있으니 문제다.


까다로운 아이


우리의 패턴은 늘 비슷하다. 내가 인내심이 많은 날이면 아이의 짜증을 대하는 일이 비교적 수월하다. 나의 인내와 권고 및 격려를 통해 아이는 곧 '나쁜 기분'을 극복하고 나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화를 내지는 않되 아이의 잘못은 올바른 방법으로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점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패턴은 마치 내가 참기만 하면 평화로울 듯 하지만 엄마도 인간인지라 피곤하거나 심적 여유가 없는 날이면 쉽지 않다. 까다로운 아이가 얼마나 엄마를 힘들게 하는지 겪어본 엄마는 안다.


체벌의 효과는?


한편 내가 인내심이 없는 날에는 어떨까? 아이의 짜증과 무례함에 내 목소리가 커지고 급기야 '나쁜 말(홧김에 하는 말 내지는 아이에게 위협이 되는 말들)'들이 시작된다. 심지어는 체벌로 이어질 때도 있다. 물론 체벌은 결코 내 계획에 없던 일이다. 나는 체벌을 반대하는 엄마이고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경우 심한 자책감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상하게 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체벌은 '당분간' 아이를 고분고분해지게 하지만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반성보다는 학습


체벌을 가하는 동안 대부분의 아이들은 두려움 속에서 '반성'을 하기보다 체벌을 '학습'하고 만다는 사실. 체벌은 '나쁜 자극'의 일종으로 긍정적인 자극에 비해 그 정도가 점차 심해져야 '효과'를 본다는 것도 문제다. 마치 내성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앞서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체벌은 장기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결국 어른들의 '화풀이' 정도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가 '화풀이'과정을 생략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우리의 '화 낼 권리'와 '교육의 기회'는 손상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코 아이를 사랑한다는 부모도 예외는 아니다.


대단하지 않은 일이란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아이가 곧 잘 '대단하지 않은 일'에 크게 반응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과연 '대단하지 않은 일'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직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는 기쁨 외의 감정이 다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심지어 그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생소하여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두려운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무능감에 실망스럽고 친구와의 게임에서 본인만 자꾸 지는 상황이 속상하고 불편해 짜증이 날 수 있다. 같은 상황 어른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사실 감정만큼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어른은 수년의 경험을 통해 감정을 감추고 성숙한 행동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 어른도 수없이 보아왔다.


아이의 감정은 단지 감정일 뿐이다.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감정코칭의 가르침 역시 '아이의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에 대해서만 훈육하라'하지 않는가. 결국 아이에게 대단하지 않은 일이란 없다. 다만 우리가 아이의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뿐. 이는 어쩌면 어른으로서의 우리도 때때로 감정처리를 못 해 어설픈 해프닝을 만들기 때문에 내 모습을 아이에게 투사해 생겨난 오해는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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