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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Jun 16. 2024

내 안에 찌질이에게


내 안에 찌질이에게


바람꽃



왔구나

오랜만이야.

어서 앉아

차 한 잔 하자꾸나.


후후. 후

서두르지 말고

뜨거우니 천천히

한 모금 적셔보게.


서툴면 어떤가

실수하면 어떤가

어색해 말고

어려워 말고


언제든 다시 와서

차 한 잔 하고 가게.

다음번 올 때는

친구들과 함께 오게


차는

여유롭게

마저 다 마시고

가도 좋으니.




우리는 누구든

자기 안의 찌질이를 만납니다.

찌질이가 너무 찌질해보이니

피하고싶고 부정하고 싶지만

그럴 수록 찌질이는 더 못난 모습으로

봐달라고 애원하며 달라붙어 끈적이죠.

그럴 땐 그냥 찌질이에게 문을 열어줍시다.

손님처럼 공손하고 다정하게 대접하고

함부로 내쫓지 않으며

여유롭게 차를 다 즐기고 가달라고

다음 번엔 친구와 함께

와 달라고 청해보기도 합니다.

불편한 마음은 틀린 마음이 아닙니다.

억누르면 억누를 수록

비대해져서 튕겨나올 수 있습니다.

그저 찬찬히 들여다보며 머물게 허용한다면

어쩌면 조금은 더 편해질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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