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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내 Jan 06. 2017

연주회를 앞서며 느낀 소소한 감상

연주회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플륫을 시작해 중학교 2학년까지 레슨을 받고, 동시에 오케스트라 활동을 열심히 했던 과거 이력 덕분에 8년만에 잡은 플륫에서 소리는 났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25살 5월까지 8년을 쉰 바람에 플륫이 삐친 모양인지, 다시 악기와 친해지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2016년 6월, 8년만에 꺼내든 악기를 다시 들었을 때 생각보다 나가는 무게감과 생각보다 너무 거친 소리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성인이 된 후 오르는 첫 연주회를 위해 시벨리우스와 베토벤을 연주하고 있다.


음대를 나오신 우리 어머니께서는 나를 음대에 보내고 싶어 하셨다. 그런데 하필 내가 음치에 박치인데다 플륫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난 클라리넷을 좋아했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다) 열의라곤 눈곱만큼도 보여주지 않았다. 플륫 선생님이 오시는 날에는 늘 연습을 전혀 해오지 않았다고 혼나기만 했다. 소리는 타고났지만 박치라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한 학생인데도 항상 연습을 해오지 않았다. 재능이 있는 듯 없는 듯 한데 연습까지 안 하니, 자연스럽게 공부의 길로 들어서며 플륫과 멀어지게 된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입시를 핑계로 플륫을 놓았고, 수능을 세 번이나 보며 플륫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22살 겨울에 울면서 끌려들어간 대학교에는 아쉽게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플륫과 아주아주 멀어지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6월부터 가세가 기울기 시작한데다 수능을 여러 번 보며 자금 출혈이 매우 심했기에, 대학교를 들어간 이후부터 받기로 약속한 플륫 레슨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없던 약속이 되어버렸다. 약대를 준비하고, 휴학하고 회사를 다니며, 어느 덧 시간이 흘러 맞이한 반오십. 다시 플륫을 들었을 때는 이미 모든 감이 사라지고 난 후였다.


뭐, 어찌되었든 우연한 기회를 얻어 운 좋게 오케스트라에 들어갔다. 플륫을 연주할 줄 아는 이가 워낙 너무 많다보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여도 들어가기가 많이 힘든데,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채인데도 들어가게 된 것은 정말 운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운 좋게 들어간 자리에서 최대한 열심히 해보려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다음주 주말이 연주회다. 여전히 베토벤 4악장 프레스토 부분이 박자가 안 맞고 삐걱대는 부분도 많아 불안하지만, 오디션 보지 않고 입단할 수 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이니 만큼 욕심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좋은 추억으로 남겨볼 생각이다.


3월 2일 목요일은 복학 첫 날이다. 

이번 휴학 기간 동안에는 다시 회사를 다니며 마주한 여러 가지 상황과 생각들 사이에서 크게 방황했다.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보고 생각도 해보며 나름의 갈피를 잡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자 고통의 연속이었다. 우울함에 빠져 비관해보기도 하고, 낙관적으로 분석하며 위로하기도 했다. 휴학 기간동안 열심히 삶을 탐색하고, 여러 사람들의 깊은 조언을 얻고, 따듯한 위로와 차가운 질책도 받았다. 새로운 취미를 얻을 수 있었으며 나의 새로운 모습과 익숙한 버릇들을 마주했다.


2017년 1월 14일 토요일 오후 7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첫번째 연주회를 가진다.

전석 초대석으로 진행되어, 단원들의 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채워줄 것 같다.


모든 일들이 마무리 되어가려고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색다르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색다르고 다채로운 경험을 한 토막 쌓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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