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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내 Mar 03. 2019

이리저리 헤매면서 찍은 발자국이 길을 가리킨다

마지막 글이 2018년 초입에 쓴 징징이 글이다. 지금은 2019년 3월, 어느덧 미세먼지 가득한 봄이다. 학교는 작년 8월에 졸업했고, 뭐 어찌 저찌 삶이 흘러가는대로 살아보니 쌓인 스펙이 온통 '제약' 관련 뿐이다. 영어는 역시 늘지 않고, 한국어는 되려 더 퇴화하고 있어 0개 국어를 자랑하는 중이다. 운이 좋아서 제약 품질 교육만 160시간이나 들었고, 존슨앤존슨에서 인턴을 4개월 경험했다. 정말 운이 좋구나 생각했는데, 정말 빙빙 길을 돌아가는 중임을 깨달으면서 참 운도 지지리 없구나 싶어졌다. 아닌가, 정규직 취업 전에 이런 걸 깨달았으니 운이 좋은 건가?


인턴생활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이거다. "왜 약밥 먹고 싶니? 지원 동기가 뭐니? 넌 정말 모르겠어."

외람된 말씀이오나 인류가 있는 한 절대 망할 일 없는 산업이므로 지원했다-고 했더니 거짓말 하지 말라고 웃으셨다. "마케팅 대행사나 가지 여길 왜 왔어?" 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꺼내느라 참 많이 힘들었다. 결국 꺼내지 못했다. 일을 할수록, 사람을 대할수록, 과연 내가 걸으려는 이 길이 맞는 길인 것인지 점점 더 미궁 속이었다. 나도 날 모르겠다, 꿈을 좇다가 배 곯아 죽느니(=원서 50개 썼는데 all서탈) 돈이라도 많이 벌자 싶어서 공장 지원한 건데!


관련해서 에세이를 적어도 10편은 넘게 나올 것 같다. 일단 지금은 확실하게 결론을 내린 상태다. 팀장님을 비롯한 회사 분들께는 제약으로 가겠다고 확실하게 단언했지만 사실 그 반대다. 어떻게 하면 꿈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그동안 살면서 내게 보낸 시그널이 뭐였는지, 그리고 그 경과와 결과에 대해서 찬찬히 풀어보려고 한다. 언제? 내 생각이 모두 정리가 되었을 때. 입사지원서에 SNS 주소 적으라고 할 때마다 브런치 주소를 적어넣었는데, 이제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우선 간단하게 이번 인턴 생활동안 배운 것들을 살짝 정리하자면 다음 세 가지가 나온다.

1. 사람 사는 사회에서 뒷담화는 절대 금물. 자멸의 길이다. 사수를 보면서 반면교사 했다. 제발 뒷담화는 집에 가서 엄마 아빠한테 하자.

2. 나랑 안 맞는 일이란 존재한다. 일을 하면서 '아 진짜 못해먹겠네' 싶지 않으면 어느 정도 나랑 맞는 일이니, 현실과 타협하자. 숨겨진 꿈과 이상향이 있는 줄 아는 사람이 있던데, 없다. 본인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3. 나랑 안 맞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세상에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다. 뒷담 하는 사람 빼고. 프로 뒷담러와는 입도 섞으면 안된다. 같이 자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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