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랑을 잘 모르겠지만,
새로 생긴 동네서점 안도 북스에서 아주 예쁜 책을 샀다. 내가 좋아하는 코발트블루 칼라를 가진 종이의 책을. 두고두고 새기고 싶은 문구가 몇몇 있어서 메모를 해둔다.
"3번째 눈,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최고의 나를 본다. 나는 이 말 또한 믿어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거울 삼아 자기 영혼을 비춘다. 우리는 최고의 나를 비춰 줄 수 있는 거울을 식별하기 위한 영혼의 눈을 가졌다. 이것은 우리가 고독한 존재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여된 타고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앞의 나는 우연이 아니다. 우리 앞의 모든 그 사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그 사람의 얼굴에서 단 한 번이라도 최고의 나를 봤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기를 닮은 영혼을 알아볼 수 있다는 증거다."
"짙은 농도,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누군가를 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과 가장 친밀한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다운 모습이란 100%에 가까운 짙은 농도의 내 모습을 의미한다.
가장 친밀하기 때문에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반대의 얘기다.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할 수 있고, 조작되지 않은 날것의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혼자 있을 때의 내 모습이 은폐되지 않을 때, 우리는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무런 억제 없이 본래 모습을 폭로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사랑을 체감한다."
"순간 속의 영원,
영원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순간 속에서 영원을 경험한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나는 가진 것도 별로 없고 못난 점도 많지만 내가 나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별함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되뇌곤 한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랑이, 일종의 세속적 비교우위에 속하는 특별함을 많이 가진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내가 나를 특별한 존재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굳은 믿음이 되어 주는 덕분이다.
나보다 멋지고 대단해 보이는 사람은 세상에 수두룩하다. 불필요한 시기심에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은 내가 나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사랑의 고유한 특별함에 결코 비할 수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바닥을 매만질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깊게, 더 깊게 자아의 우물을 파낸다. 그 안에 불안이 차오른다. 들여다본다. 들여다보게 한다. 그 바닥이 다 드러나도록 서로의 불완전성이 긴밀하게 공유될 때, 우리는 끝 모르고 깊어진다."
사랑의 몽타주
최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