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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긍정 May 24. 2022

나의 경매 도전기

부동산에 무지했던 내가 경매를 공부한 이유.

얼마  이사를 마쳤다. 홀로 자취하던 성남에서 거취를 옮겼다. 이사를 하게  배경에는 살고 있던 옥탑방이 조만간 재개발을 앞두었기 때문이었다. 작년부터 이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시시때때로 불안에 떨었다. 간혹 출근길 사다리차가 들어와 이사 나가는 앞집, 옆집을  때면 마음이 더욱 심란해졌다. 여름이면 찌는 더위에 20  에어컨에선 미세하게 찬바람이 돌았다. ‘에어컨 틀고 자도 더운 열대야를 다시 겪어서 하나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문을 열어두면 모기가 들어오는 탓에 간밤에 모기와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지난겨울에는 보일러가 얼어 새벽 5시에 일어나  시간 동안 영하 15도의 바깥에 서서 드라이기로 보일러를 녹였다. 매일 같이 나오는 주황빛의 녹물 수도관은  년을 살아도 익숙해질 줄을 몰랐다. 언덕 꼭대기 집이라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야  작은 옥탑방에 도착할  있었다.


그런 열악한 집이어도 나만의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 있었다. 언제 이사하는 게 좋을까,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부동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불안한 밤마다 좋은 방을 구해준다는 피터팬 온라인 카페나 네이버 부동산을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매물을 뒤져보았다. 가고 싶은 곳은 회사와 가까운 서울에 방 2개짜리 집이었는데 내가 모은 작고 소중한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1억 언저리로 집을 알아볼라치면 서울에선 반지하나 오래된 다가구 주택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남양주의 엄마 집에 놀러 온 남자 친구 엽이에게 엄마가 ‘경매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경매는 돈을 빌린 채무자가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법원에서 나서 채무자의 집이나 차 같은 재산을 공개적으로 매각하고, 그 매각한 금액으로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제도다. 그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은 공개적으로 나온 물건을 시중 금액보다 10%에서 많게는 20~30% 싸게 금액을 적어내면 해당하는 물건에 입찰한 사람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사람에게 그 금액이 적당한지, 너무 싼 지 비싼지 따지지도 않고 팔아넘긴다. 그 기회를 잘 노리면 낙찰자는 시세보다 싼 금액에 집이나 차를 얻게 되는 구조다.


남자 친구가 먼저 책을 읽고 “이거 재밌는데?”하고 말하니 나도 덩달아 관심이 생겼다. 엽이가 먼저 책을 읽고, 그 바통을 이어받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평소 당근 마켓(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저평가된 물건을 싸게 사서 깨끗이 닦고 새 상품처럼 사진 찍어 재 당근 해(다시 판매해) 그 차익으로 수익을 보는 엽이의 습관이 경매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무엇이든 책으로 파고드는 내 성향과 무엇이든 싸게 사고 보는 엽이의 행동력이 만나면 경매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근에서 사고파는 자잘한 물건에서 그 대상이 빌라나 아파트, 오피스텔로 취급하는 물건만 바뀌었을 뿐 원리는 똑같다는 생각이었다. 이내 우리는 공용으로 쓰던 데이트 통장에서 나아가 경매 통장을 만들었고, 그 통장에는 ‘엽&영의 부루마블’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집 구하기에 절실했던 나는 무작정 책을 파고들었다. 경매에 관련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없는 책은 서점에 들러 ‘바로 준다는’ 바로 드림 서비스로 할인받아 구매했다. 책을 읽고 나면 가족들에게 빌려주며 한 번씩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미 재작년 경매 공부 후에 급매로 아파트를 매수했던 가족들은 열심히 공부해보라며 먼저 길을 건넌 선배처럼 응원해주었다. 부족한 책은 온라인 도서 플랫폼을 결제해 읽었고, 그래도 부족한 건 온라인  공공도서관을 통해 읽으며 경매 이론을 공부했다. 그렇게 10권 가까이의 책을 한 달 안에  해치웠고,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Cover Photo by Michal Balo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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