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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Jan 15. 2024

브랜딩 대신 재구매: 측정가능한 언어의 필요성

재구매와 패키징, 구체성이 우리를 구원한다?

브랜딩이라는 용어는 오랜 시간 마케팅의 핵심 언어로 자리 잡았지만, 그 추상성과 신화화된 면모는 실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측정 불가능하고 때론 주관적인 이 개념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오해와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팅룸에 앉은 팀원들은 브랜딩을 저마다 다른 식으로 해석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실무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재구매' 같은 용어의 사용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브랜딩과 추상성

브랜딩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해석을 허용합니다. 새롭게 로고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메인 모델을 바꾸자로 들릴 때도 있으며, 어떨 때는 페이스북에 브랜드 이미지를 광고하자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저는 종종 실무에서 의사소통에 큰 혼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브랜딩은 실무에서 쓰기에 모호한 단어다 @unsplash


반면, '재구매'나 '재방문'과 같은 용어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 지표를 제공합니다. 브랜딩처럼 모호함을 주지도 않습니다.


추상적인 언어

개념적이고 권위가 실릴 수 있다.

모호하고 해석이 필요하다. 대신 의미의 함축률이 높다.

맥락을 모르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언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다.

의미의 함축률이 낮다.

맥락을 몰라도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패키징과 재구매

마케팅 전문가 빌 비숍의 저서 [핑크 펭귄]에서는 브랜드가 되기 전 서비스가 자신들의 핵심 가치와 서브 가치를 다양하게 조합하여 시장에서의 실효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이때 브랜드는 우리가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가 각인된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이나 초기 기업들은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고객의 머릿속에 떠올릴만한 상이 없는 것입니다. 빌비숍은 이 상태의 서비스는 아직 브랜드라고 부르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패키징'이 브랜딩을 대체하는 적절한 용어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제품 개발의 이터레이션처럼 패키징 역시 다양한 조합으로 시장에서의 실효성을 계속 실험해야 합니다.


패키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브랜드라도 고객에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리브랜딩 보다는 가볍고 측정 가능한 개념이 필요합니다. 가급적 핵심가치까지 변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때로는 과감한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의 실효성을 다양한 패키징으로 탐색해 나가는 과정


여기서 패키징의 목표는 재구매에 집중합니다. 특정 고객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주 구매했다면, 적어도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브랜드가 이미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애플 같은 광범위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브랜드로 남을 가능성의 씨앗이 심어진 것입니다.


충성 고객은 첫 고객보다 평균 67%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합니다.


저에게는 '애쉬크로프트'라는 국내 안경 브랜드가 여기 속합니다. 처음에는 '앨런 긴즈버그' 같은 제가 좋아하는 미국 시인의 이름을 안경에 붙인 것을 보고 호기심을 느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안경의 착용감도 좋고, 문학가와 관련 있는 프로모션이나 인스타그램 콘텐츠에도 흥미를 느껴 안경을 서너 개 더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 브랜드가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저에게만큼은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가 머릿속에 새겨진 상태입니다.


저한테 브랜드가 된 '애쉬크로프트'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실무 커뮤니케이션에서 브랜딩이 자주 등장하면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한 해 마케팅 예산을 천문학적으로 쏟을 수 있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생존이 중요한 기업이라면 모두 고민해 볼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재구매와 브랜드 충성도

소비자 행동 연구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은 재구매율이 브랜드 충성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아래는 smallbizgenius.net 이 조사한 '2022년 소비자 충성도 통계'의 부분입니다.

- 82%의 기업은 새로운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 유지가 더 저렴하다는데 동의합니다.
- 고객의 56%는 "구매"가 일어나는 브랜드에 충성도를 유지합니다.
- 회사 수익의 65%는 기존 고객으로부터 나옵니다.
- 재구매 고객을 5%만 늘리면 수익이 25%에서 95%까지 증가합니다.
- 58%의 기업이 고객 유지를 위해 개인화 전략을 추구합니다.
- 기존 고객에게 판매될 확률은 60~70%입니다. 신규 고객은 5~20% 초반입니다.

출처) smallbizgenius.net


이러한 지표는 재구매가 브랜드의 성공을 정확하고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랜드의 77%가 사라질 수 있으며,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정말 유용한 브랜드 몇 개는 소중하게 여기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사라져도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가며

브랜딩이라는 전통적이고 권위 있는 이 개념은 추상성으로 인해 더 이상 실무 환경에서는 유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재구매'같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명확하고 실질적인 생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이 가진 말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실제 성과를 창출하는 구체적인 언어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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