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담당자의 시간을 아끼는 전략
디자인 포트폴리오는 UX다.
요즘 디자인 채용 시장의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뛰어난 자질을 갖춘 예비 디자이너들도 요령이 없어 서류에서 탈락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잃고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값비싼 합격자 포트폴리오와 커피챗 정보들이 어려움을 더합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취업 준비생들이 큰 비용을 들여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거나, 취업에 성공한 디자이너와의 커피챗을 통해 실마리를 찾으려 합니다. 물론 양질의 프로그램들도 많지만 비용 지불 전에는 검증이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글이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목차
흐름: 문제 해결 과정이 담긴
커버: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제목: 좋은 디자이너의 가치가 담긴
프로젝트명: 서비스 단위가 아닌 문제 해결 중심의 프로젝트 단위로
문제 정의: 정량/정성 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 두 가지 타입, 전후와 점진적 개선
결과 해석: 영화의 클라이맥스
저는 디지털 에이전시와 0 to 1, 1 to 100 스타트업(B2C)에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보냈습니다. 대기업/B2B 커리어는 없습니다. UI/UX, 프로덕트 디자인 포트폴리오에 집중했다는 점도 참고 바랍니다.
디자인 리더와 PO로 디자이너 채용 담당을 맡은 시절 많게는 하루에 50개 넘는 파일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맡은 일은 그대로 있는 상태라 시간과 인지적 자원은 매번 바닥이 났습니다. 그런 구간을 거치다 보니 서류에 통과되는 디자인 포트폴리오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1) 흐름: 문제 해결 과정이 담긴
제가 본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멋진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문제 해결 과정이 잘 담겨 있었습니다.
먼저, 문제 정의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지 명확히 드러내고, 이어서 가설을 설정해 접근 방식을 왜 사용했는지 설명합니다. 디자인 솔루션 단계에서는 실제 문제 해결 과정과 적용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결과 분석 및 회고를 통해 프로젝트 성과를 평가하고,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하는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왜 이 순서로 만든 포트폴리오들이 인상 깊었는지 자문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림-1처럼 제가 일했던 업무 프로세스와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을 채용하면 실무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2) 커버: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포트폴리오 커버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디자인보다 오히려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포트폴리오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미지 요소 없이 기본적인 타이포그래피와 시각적 리듬에 대한 이해만으로 완성도 높은 레이아웃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커버는 디자인 기본기를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채용 담당자는 포트폴리오들의 과도한 장식에 시각적 피로감을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꼭 필요한 정보만 명확하고 간결한 레이아웃으로 전달하면 좋습니다. 좌측 하단에는 구분(개선, 구축, 콘셉트 같은 내용이 담긴), 역할(eg: Lead Designer), 팀 구성, 기여도(%), 기간 등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3) 제목: 좋은 디자이너의 가치가 담긴
'덩굴 같은 디자이너 김우디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본 제목 형식입니다. 이런 추상적인 제목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출발선은 ‘좋은 디자이너의 가치는 무엇일까’로 잡으면 좋습니다. 사람마다 의견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동의하는 가치로는 다음 8개가 있습니다.
디자인 실력
UI를 잘 디자인하며, 디자인 도구 활용에 능숙함
시각적인 트렌드에 대한 높은 이해
비즈니스 감각
디자인 결정과 비즈니스 목표 사이 균형감
시장분석,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
사용자에 대한 공감
사용자 요구와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 능력
인터뷰나 사용성 테스트 등 문제 해결에 적합한 UX 리서치 기법의 선택과 이해
문제 정의 및 해결
뇌피셜이 아닌 가설 기반 사고를 하는 능력
정량/정성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논리
명확한 목표 설정과 리소스를 고려한 디자인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
주도성
불확실한 상황에서 변화를 이끌어 보려는 의지
긍정적인 마인드 셋
커뮤니케이션
의견을 나눌 때의 개방성, 투명성
두괄식을 통한 경제적 의사소통 방식
디자인 리더십
프로젝트 내 디자인 방향성의 주도성
디자인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확신과 결단력
학습 능력
새로운 도메인에 대한 학습 능력이 높은
새로운 툴이나 기술 트렌드에 대한 학습 능력이 높은
- 저는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 본 적이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시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입니다.
- 정량 데이터를 통한 문제 해결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입니다.
좋은 디자이너의 키워드로 만든 직접적인 제목은 추상적인 제목보다 힘이 셉니다. 물론 이러한 가치를 모두 다 완벽히 소화하는 디자이너는 없습니다. 저 역시 약점과 강점이 분명히 다릅니다.
자신의 강점과 디자인 가치를 연결해 제목을 카피라이팅 하면 좋습니다. 포트폴리오와 이력서에 한 두 가지 확실한 가치만 담당자에게 각인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너무 많은 가치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 우리 서비스는 트렌디함이 떨어져..
- 퇴사한 디자인 리더는 커뮤니케이션에서 폐쇄적이었어..
- 정량 데이터를 잘 보는 디자이너 어디 없을까?
또한, 회사마다 현재 필요로 하는 디자인 문제가 다릅니다.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JD를 분석해, 내가 가진 가치와 회사의 필요를 날카롭게 연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링크드인을 통해 가고 싶은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과 커피챗을 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4) 프로젝트명: 서비스 단위가 아닌 문제 해결 중심의 프로젝트 단위로
많은 포트폴리오들이 서비스명으로 과정 전체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서비스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과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채용 담당자는 물리적 시간과 인지적 자원이 항상 부족한 상태입니다. 무리하게 여러 장에 걸쳐 자신이 한 서비스의 배경 전반을 이해시키려는 포트폴리오가 많습니다. 이는 좋은 접근이 아닙니다.
서비스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핵심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프로젝트화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나의 서비스에서도 여러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습니다. 수행한 서비스 개수가 많은 것보다 매력적인 문제 정의-솔루션이 담긴 프로젝트 4-5개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 누구든 쉽게 육류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쇼핑 경험 (A 서비스)
- 신규 사용자 유입을 증가시키는 온보딩 경험 개선 (A 서비스)
- 핵심 기능 이탈률을 줄이는 퍼널 개선 프로젝트 (B 서비스)
목업에는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피그마 커뮤니티에서 월 15달러 정도의 유료 목업 플랜을 사용합니다. 솔루션 성격에 맞는 목업 구도와 최신 사양의 디바이스로 적용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미디어의 연결성이 주제라면 폰과 노트북이 함께 놓여있는 식이고 AS-IS > TO-BE 구도라면 폰 두 개가 앞 뒤로 떠있는 식입니다. 화면의 색과 레이아웃을 단순히 유지할 때 목업에만 심도와 입체성을 주면 완성도가 높게 느껴집니다.
5) 문제 정의: 정량/정성 데이터를 활용한
매력적인 문제 정의는 디자이너의 논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단계입니다. 더블 다이아몬드, 저니맵, 복잡한 IA 같은 전형적인 UX 방법론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실제로 문제를 잘 풀 수 있었던 유효 데이터나(정성/정량) 인터뷰 경험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로우 데이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디자이너의 손을 한 번 거친 가공된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대면 인터뷰에서 실제 근거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 놓습니다.
6) 솔루션: 두 가지 타입, 전후와 점진적 개선
문제 정의 이후 바로 솔루션이 등장하면 좋습니다. 솔루션은 크게 AS-IS > TO BE와 점진적 개선을 보여주는 방식이 있습니다.
전후는 문제 해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방식입니다. 채용 담당자는 A를 B로 바꿨더니 드라마틱하게 결과가 바뀌었다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중간 과정이 있더라도 세부 디테일을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 정의와 솔루션 사이의 명확한 연결이 핵심입니다.
유저 피드백을 통한 점진적 개선을 보여주는 것은 강력한 솔루션 표현 방식입니다. A - B - C로 갈 때 하단에 근거 지표와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높은 유저이해도, 데이터 활용, 제대로 된 실무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런 포트폴리오는 경험이 적은 디자이너가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이 속한 팀이 데이터 드리븐한 환경을 가지고, 믹스패널이나 앰플리튜드 같은 PA 툴 세팅이 끝나고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포트폴리오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면 가장 앞 프로젝트로 배치하시길 추천합니다.
저 역시 경험이 적은 디자이너분이 시장 지표를 바탕으로 이터레이션 개선 경험을 가진 포트폴리오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정량 데이터가 없다면 VoC, 동료/클라이언트(에이전시)의 정성 데이터로 이터레이션을 표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7) 결과 해석: 영화의 클라이맥스
문제 정의 > 배경 및 가설 > 솔루션이 나왔다면 결과 해석이 나올 차례입니다. 프로젝트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서 있습니다. 솔루션을 통해 핵심 지표의 변화와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과 해석 페이지는 정성 데이터보다는 정량 데이터가 효과적입니다. 만약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않더라도, 인사이트나 유의미한 배움이 있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정량 데이터는 리텐션(D-1, D-7, D-14, D-30), DAU/MAU, 구매 전환율, 각 퍼널 이탈률 등이 있습니다. 결과해석을 클라이맥스처럼 표현할 수 있는 팁은, 앞 선 페이지들의 배경색을 단순화하고 해석 페이지에만 배경색을 넣어주는 것입니다. (강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과해석 이후 함께 일한 동료들의 프로젝트와 나에 대한 평가가 있으면 좋습니다. 보통 미모지와 말풍선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에이전시라면 클라이언트 피드백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긍정적 의견을 활용할 때 소셜프루프 효과가 생깁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얻은 배움을 넣는 것도 효과적인 요소입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학습 능력과 좋은 태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 포트폴리오에 수록된 내용 일부입니다. 디자인 리더 시절 저희 팀이 만든 기능이 성공했고, 그 이후 카피캣이 등장한 것에 관한 배움입니다.
유사한 기능을 도입한 경쟁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 재검토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인 사용성 개선이 시장에서의 핵심 경쟁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작업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채용 담당자의 시간을 아끼고, 중요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UX 디자인의 연장선입니다. 보는 사람의 시간을 고려해 페이지마다 명확한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불필요한 요소를 줄여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제가 본 많은 포트폴리오는 정보의 양이 넘치면 넘쳤지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디자인 채용 시장의 문이 좁아지고 있지만, 본인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하는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귀합니다. 이는 학벌, 스펙을 뛰어넘는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논리와 철학이 채용 담당자에게 확실히 닿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채용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실질적인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오픈 채팅방을 운영 중입니다. 언제든지 참여하셔서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더 나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인원 제한으로 대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제 메일로 요청 주시면 공석시 안내 드리겠습니다.
greenray541@gmail.com
'서류 통과율을 높이는 디자인 포트폴리오의 비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