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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의 스위치: 수동, 제안, 자동

맡길 수 있는 신뢰, 멈출 수 있는 권한

by 우디
AI 시대에 맞춰 사용자 경험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현재 발전 양상을 기준으로 근미래 UX/UI를 상상해 보는 기록입니다.


자동화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켜는 법보다 끄는 법을 먼저 찾게 됩니다. 자동차 오토파일럿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의 인터페이스도 비슷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화면 어딘가에는 '알아서 할까요, 제안만 할까요, 직접 하시겠어요'를 고를 수 있는 작은 스위치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겠죠.


켜두면 편하고, 꺼두면 마음이 놓입니다. UX에서는 속도가 아닌 마음의 안정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에서 속도는 기계가 맡지만, 안심은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니까요.


근미래 UX의 중심은 통제권?


상황에 맞게 오가는 설정

머지않아 일정 앱이 대화를 읽고 알아서 회의를 만들어 주는 기능이 흔해질 수 있습니다. 정말 편리할 겁니다. 하지만 참석자 한 명이라도 내 의도와 다르면 일정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화면 위쪽에 조용히 떠 있는 작은 토글 하나가 필요해질 것입니다.


오늘은 제안만, 내일은 자동, 다시 수동처럼 상황에 따라 바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 말입니다. 이 스위치는 설정 메뉴 깊숙이 숨겨져 있지 않아야 합니다. 눈에 보이고 손이 바로 닿는 자리에서 쉽게 켜고 끌 수 있어야 사용자도 안심하고 자동화를 맡길 수 있을 테니까요.


자동화가 뭔가 하고 있을 땐, 현재 수행 작업을 한 줄만 보여줘도 신뢰가 생깁니다. '쿠폰 A 적용, 배송 내일로 조정'이 정도도 좋겠네요. 실수가 생겨도 빠르게 복구할 수 있다면 사용자의 불안은 오래 남지 않습니다. 한 번의 취소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경험이 주는 평정심은 생각보다 큽니다.


수동(OFF): 자동화를 꺼두고 내가 직접 고릅니다. 실수 위험이 크거나, 첫 사용 단계에 유용해요.

제안(ASSIST): AI가 추천만 보여주고 최종 결정은 내가 합니다. 대부분의 일상 작업에 기본값이 되기 좋아요.

자동(AUTO): 반복적이고 명확한 규칙이 있을 때, 확인 없이 적용합니다. 단, 되돌리기가 꼭 있어야 해요.


사용자가 고르는 학습

앞으로는 학습 여부에 대한 사용자 권한이 더 강해질 것입니다. '이번 행동을 다음에도 기억할까요?'처럼 단순한 한 줄 질문이 큰 의미를 갖게 되죠. 예를 들어 쇼핑 앱에서 선물용으로 상품을 검색한 뒤 '기억하지 마'를 누르면, 그 검색 기록이 내 취향 추천에 섞이지 않고 깔끔히 지워질 수 있습니다.


가족 생일이나 친구 결혼식처럼 일회성으로 찾은 정보가 평소 취향을 흐리지 않게 지켜 주는 UX입니다. 개인화의 품질은 단순히 얼마나 정확하게 맞추느냐가 아니라, 사용자가 원할 때 잊힐 수 있는지까지 포함되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사용자가 고르는 학습이 중요해진다?


근미래의 하루를 그려 봅니다. 회의 중에는 자동 답장이 제안 모드로만 조용히 쌓입니다. 회의가 끝나면 한 번에 훑어보고 필요한 것만 보낼 수 있습니다. 가계부 앱은 결제 내역을 알아서 분류하지만, 틀린 항목이 있으면 즉시 고치고 '다음에도 이렇게 해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가 앞장서는 세상일수록 인터페이스는 오히려 한 발 뒤로 물러나 선택의 책임을 사용자와 함께 나누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결정권의 자리

근미래 UI의 첫 번째 변화는 화려한 디자인이나 새로운 제스처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결정권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합의입니다. 자동화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사람은 '내가 선택했다'는 통제권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스위치 하나가 주는 힘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화면 위의 토글이 단순히 효율만 높이는 게 아니라, 내가 주도한다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죠.


근미래의 인터페이스가 먼저 설계해야 할 것은 더 화려한 UX가 아닌, 맡길 수 있는 신뢰와 멈출 수 있는 권한입니다. 자동화의 스위치를 통해 사용자는 속도와 안심 두 가지를 얻어야 합니다. 그 순간 스위치는 단순한 UI를 넘어 자율의 상징이 됩니다.


'자동화의 스위치: 수동, 제안, 자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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