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행동-보상-투자로 만드는 훅 모델
본격적으로 훅 모델을 이야기하기 전 비타민과 진통제 이야기를 먼저 하면 좋을 것 같다. 비타민과 진통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비타민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다만 비타민이 있다면 우리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질 뿐이다. 반면, 어떤 사람에게 진통제는 삶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우리가 평소 즐겨 쓰는 서비스에 대입시켜보자.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은 진통제보다는 비타민으로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없다고 해서 우리 삶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 탄생 후 '영상은 스트리밍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주위에서 습관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넷플릭스를 사용하다 오랜만에 티브이를 만나면 낯선 느낌이 든다. 이런 감정이 든다면, 습관이 된 이후다.
많은 경영자와 마케터, 기획자는 자신의 서비스를 사용자가 ‘습관'처럼 사용해주길 원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니르 이얄은 자신의 저서 ‘Hooked’에서 이에 대해 꼼꼼히 답변한다.
저자는 소비자 심리학,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행동경제학 분야의 연구결과들을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우리를 반복적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상품들의 공통 패턴을 찾는다. 그 패턴이 바로 사용자 습관을 유도하는 ‘훅 모델'이다. 니르 이얄은 이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아래 예시처럼 계기(Trigger)-행동(Action)-보상(Reward)-투자(Investment)의 4단계 프로세스가 루프 되어야 한다고 전한다.
계기는 습관을 형성하는 첫 단계다. 니르 이얄에 따르면 계기에는 크게 내적 계기와 외적 계기가 있다. 내적 계기는 허기가 진다던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에 해당한다. 반면, 외적 계기는 여행사가 아름답게 디자인한 광고를 보고 '아! 이번 휴가는 저기로 떠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설계자는 외적 계기를 구축하는데 비중을 실어야 한다. 내가 모르는 소셜 플랫폼에서 누군가 나를 초대한 메일을 확인했다고 치자. 이로서 훅 모델의 첫 단추가 꿰어진 셈이다. 친밀도가 낮은 사람이라면 무시하겠지만, 가까운 관계라면 거부하기 힘든 계기가 된다.
계기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행동은 사람들이 느낀 내/외적 계기를 해소하는 수단이다. 허기(계기)가 지면 편의점에 들려 샌드위치를 산다(행동). 갈증(계기)이 나면 물을 마신다(행동).
Fogg박사는 이러한 사람의 행동을 유발하는 데는 일종의 공식이 있다고 전한다.
Fogg 박사의 행동 모델 : 행동 = 동기 x 수행능력
그에 따르면 사람의 행동 대부분은 동기와 수행방식이 곱해져 발생한다. 하지만 설계자 입장에서 동기를 형성시켜주기란 힘들다. 이는 대부분 내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을 위해 수행능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비교적 열려있다.
우리가 즐겨가는 카페가 있다고 치자. 이 카페는 주문 횟수만큼 쿠폰에 도장을 찍어준다. 도장을 총 10번 찍어야 커피 한 잔을 더 마실 수 있다. 이때 설계자는 사용자의 수행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2개 이상의 도장을 찍어주고 시작할 수 있다. 이 경우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사용자보다 82% 높은 확률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소셜 플랫폼에 위치한 ‘공유 버튼’도 수행능력을 높여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사진을 소셜 플랫폼에 업로드했다. 사용자는 플랫폼에 업로드된 사진을 다른 플랫폼에도 업로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만약 공유 버튼이 없다면 일일이 URL을 복사하거나, 타 플랫폼에 직접 접속 후 사진을 업로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유를 돕는 인터페이스가 곧바로 제공된다면 사용자 수행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데이팅 앱 ‘틴더’도 훅 모델로 설명이 가능하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호감을 표하는 것은 원초적 욕구다. 직접 가서 고백하기, 편지 쓰기, 친구 시키기, 집 앞에서 기다리기. 호감은 이처럼 수많은 방식을 통해 표현된다. 사실 이성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드물다. 틴더는 이를 우측 스와이프라는 쉬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수행능력을 대폭 높일 수 있었다.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충분한 보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상이 매번 똑같다면 인간의 욕망을 쉽게 자극하지 못한다. 보상의 효과가 예측하기 어려울 때, 사람은 더 큰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이를 가변적 보상(Variable Reward)이라고 한다. 슬롯머신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심리를 악용해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슬롯 화면이 매번 다른 이미지로 바뀔 때 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실제로 슬롯머신은 미국에서 야구, 영화 및 테마 파크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익률을 내고 있으며 다른 종류의 도박보다 4배 더 중독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 서비스에서 보상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썸네일을 클릭하는 것은 작은 일 같지만, 더 자세한 사진 정보(보상)를 얻고 싶어서이다. 만약 클릭 후 엉뚱한 사진이 나온다거나, 충분한 내용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훅 모델 사이클이 끊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설계자는 세세한 부분들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훅 모델 프로세스의 마지막이다. 이 단계의 사용자는 자신의 시간을 서비스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공들여 글을 쓰거나, 이미지를 업로드한다. 누군가의 피드에 댓글을 단다. 사실 이 단계까지 도달했다면 사용자는 그 서비스를 떠날 가능성이 현격히 줄어든다. 거듭된 투자로 처음보다 나아진 사용경험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프로세스는 다시 훅 모델 첫 번째인 ‘계기’로 루프 된다.
니르 이얄은 책 말미에 윤리적 문제를 다룬다. 훅 모델은 사용자에게 습관을 형성시켜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프로세스이긴 하지만, 설계자의 높은 윤리의식도 동반되어야 한다. 설계자가 훅 모델을 잘만 활용한다면 사용자의 삶을 더 좋은 곳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 관련 앱이나 저축 관련 앱을 통해 기울어진 삶을 바로 세우려는 내 주위 사람들이 기억난다.
슬프게도 사람은 중독에 취약하게끔 설계되었다. 하버드의 심리학 교수 하워드 셰퍼에 따르면 ‘뇌의 즐거움과 기억을 담당하는 구역이 매우 가깝다’고 한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먼저 제거돼야 하는데, 거리만큼이나 쾌락은 빨리 기억 단계로 넘어가 버린다. 니르 이얄은 이 같은 인간의 취약 부분에 대해 설계자가 충분히 공감한 후 제작에 임할 것을 당부한다.
'훅(Hooked)하고 습관 만들기' (끝)
[인용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