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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Aug 26. 2023

유독 평전 읽기

<이청준 평전>(이윤옥, 문학과지성사, 2023)


몇 번을 그랬다. 이청준 선생의 소설을 다 읽겠다고. 여전히 못 이룬 꿈, 마지막 계기는 허윤진 평론가였다. 허윤진은 다른 주제로 박사 학위를 땄지만 이청준 소설로 논문을 쓰고 싶어했(다고 들었)다. 허윤진은 도전을 했지만 결국 안/못했다. 안 써진다와 못 쓰겠다의 차이, 허윤진을 사로잡은 이청준 소설의 매력 혹은 이유가 궁금했다. 


“실없는 기대에 자주 가슴이 아프다.”


가끔 시 쓰기와 소설 쓰기 차이,를 글 쓰기 차원에서 물끄러미 쳐다 본다. 특히 소설은, 단어와 단어를 잇고 문장을 지어 문단을 쌓아, 한 쪽을 채우는 쓰기의 무간 지옥이 아닐까. 이청준 전집은 중단편집 17권과 장편 소설 17권으로 총 34권, 13600쪽이다.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벌써 눈 아프다. 전부 읽기 보다 함께 읽기를 시작하고 싶다.


점점 시와 소설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데, 1인 출판사가 늘고 새로 시선(詩選)을 엮는 곳이 많은데다, 소설과 에세이 출간의 줄기차고 터무니없는 모양새는 어떤 낌새다. 사위(四圍)에 매미 소리가 가득하다. 앞모습과 뒷모습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요새는 사람들 뒷모습만 보여요. 속까지 훤히 다.”


한 인물의 평전을 읽을 때 어린 시절은 건너 뛴다. 자의식이라는 걸 발휘하는 시절,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한 시절부터 읽는 편이다. 어떤 선택의 연속이었는지, 그 선택이 무슨 사건과 이야기를 만들어 냈는지, 평전을 읽는 이유가 거기 있다, 운명의 순간.


꼭 챙겨 읽는 부분, 혹은 맨 처음 읽는 부분은 말년과 죽음이다. 어린 시절처럼 스스로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에 뒤따르는 일이란 궁극의 소멸이 전제된 일“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모양은 한 인물의 생(生) 전체를 또렷이 아로새긴다. 묘비명도 그렇다.



김현 평론가


“삶은 아픔이며, 늙음이다. 그러나 놀라워라. 그 아픔과 늙음 사이로 구원의 뜨거운 빛이 스며든다.”

(평론가 김현)


장기려 박사


“주님을 섬기다 가신 분이 여기 잠들다.“(의사 장기려)



이청준 소설가


“그는 늘 해변 밭 언덕 가에 나와 앉아 바다의 노래를 앓고 갔다. 노래가 다했을 때 그와 그의 노래는 바다로 떠나갔다. 바다로 간 그의 노래는 반짝이는 물비늘이 되고 먼 돛배의 꿈이 되어 섬들과 바닷새와 바람의 전설로 살아갔다.”(소설가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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