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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이 Feb 17. 2020

“축하해! 드디어 진짜 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덴마크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배우는 아이들

“축하해! 드디어 진짜 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작년에 tvN의 <수업을 바꿔라>을 통해 북유럽 교육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보았던 북유럽 교육 현장의 모습에 다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참고: https://m.blog.naver.com/yks100487/221368191790)
주방에서 조리를 하던 한 아이가 손을 다친다. 선생님은 그것을 큰 사고로 여기기지 않고 아이에게 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에 대해 침착하게 이야기한다. 초동 대처 후, 아이가 다시 업무로 복귀하는 모습이 다소 충격이었다. 나의 시각에서는 처음부터 아이들이 주방의 일을 전체적으로 맡는다는 것이 아무래도 위험해보였고, 정말 아이가 다쳤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큰일났네. 저 아이의 부모가 가만히 있을까?’ 였다. 그러나 이곳의 교육은 아이들이 다칠 것을 염려하여 다 해주기보다는, 일단 아이들을 믿고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교육하고 있었다.

실제로 덴마크 학교에 방문했을 때,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야외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꽤나 추운 날이었는데, 아이들은 두꺼운 겉옷과 모자를 쓰고,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숲으로 이동했다.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아이들
사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숲으로 데려가는 모습부터 다소 놀랐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 겉으로 봐서는 정말 어린 아이들인데, 학교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꽤나 걸어서 도착한 숲으로 가는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 안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을 가다가 잠깐 돌아서 아이들을 확인할 뿐이었다. 이후에 물어보니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미리 안전에 대한 공지를 철저히 했기에 아이들은 이를 잘 숙지하고 있기에 괜찮다는 말을 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이 한번 말 한다고 다 알아듣나?' 라는 생각과 함께 숲에 도착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안전규칙을 되새기는 아이들)
https://youtu.be/tTq06sMZxNw 


지난 시간에 칼에 대한 안전학습과 작은 나무로 칼로 어떻게 나무를 조각하는지에 대한 연습이 진행되고, 오늘이 첫 야외수업이라고 한다. 아이들 발걸음에서 설렘이 가득 느껴졌다.

숲에 도착하자 선생님은 칼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과 오늘 아이들이 직접 나무로 만들고 싶은 물건을 그려 볼 수 있도록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그 안에 오늘 자신들리 만들 물건 도안을 그리기 시작했고, 다 그리고나서는 숲으로 달려가 직접 나무를 구해왔다. 그리고 공구통을 열어 톱으로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만한 크기의 톱으로 말이다. 누구는 큰 통나무를 잡아주고, 손 힘으로 충분치 않은지 그 위에 올라 앉았다. 톱질에 능숙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가 한 팀을 만들어 일을 하기도 한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힘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아이들은 서로 잡아주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협업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크기로 나무를 자른 친구는 다른 칼로 바꿔 들더니 나무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는데 순간.. '와…’ 라는 소리가 나왔다. 정말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구나. 우리 아빠가 즐겨보시는 티비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속 주인공이 떠올랐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구매했던 이미 다 준비되어 있어 나는 설명서에 맞춰 조립만 하면 되는 <목공키트> 같은 것이 이곳에는 없었다. 아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자연에서 재료를 구하고, 그것으로 정해진 무언가가 아닌 <자신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집에있는 강아지를 위한 장남감을, 가족들이 사용할 버터칼을, 자신이 가지고 놀 장난감을 만들고 있었다. 스스로 의미있는 것을 선택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만드는 아이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몇시간 동안이나 집중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보고 있다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 아이 옆으로 가까이 갔다. 순간 그 아이는 자신이 나무 껍질 벗기는 일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내게 말했다.

“저기, 조금 비켜줄 수 있어요?” 내가 무슨 실수라고 했는가 해서 순간 당황했다. 그아이는 덧붙여 이야기 했다. “그래야 선생님이 안전해요”

이후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들이 지난시간에 칼을 사용할 때, 칼과 사람 사이에 적정 공간을 유지해야 하는 것에 대해 배웠다고 한다. 1미터 안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일단 작업을 멈추고, 그것에 대해 상대에게 이야기 해줘야 한다는 것.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아이들은 몰입해서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그것을 잊지 않고, 내게 말한 것이다.

"아이들이 아까 받은 유인물. 거기에는  칼 사용법에 대한 내용과 “축하해! 드디어 진짜 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라는 말이 적혀있어요. 칼 사용법에 대해 배우고, 지난 시간에는 다양한 나무를 가지고 자르는 연습을 해본 아이들이 오늘 진짜로 숲에 나온 날이에요. 그래서 오늘 아이들이 많이 설레고 즐거워하고있어요, 동시에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죠." -선생님 나나와의 대화중 

그래도 정말 위험하지 않은 것일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선생님께 물어봤다.

"아이들은 괜찮아요.이미 룰을 다 배웠거든요. 아이들은 이미 어떻게 하면 안 되는 지 알고 있고, 칼 잡는 방법, 다리를 벌리고 앉는 것, 껍질을 벗길 때 공간을 확보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잘 숙지하고 있어요. 만약 룰을 지키지 않으면, 오늘 받은 <축하해!!! 드디어 진짜 칼을 사용할 수 있어!!!> 라는 종이는 반납해야하고, 그 친구는 칼을 사용할 수 없죠. 그런데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일은 없었어요. (웃음)”

이론적으로 알고 있어도 실제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나와, 아이들이 알고 있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할 것이라 믿는 선생님. 그것이 선생님과 나의 다른 점이었다.


“손 진짜 아파!!”라고 하며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그럼에도 친구에게 장갑을 한짝 빌려서 끼면서까지 포기하지 않던 한 아이가 기억난다. 확실히 선생님이 주는 믿음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이 아이들을 계속 움직이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 교육을 경험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들이 삶과 연결된 교육을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배우는 시간보다 몸을 움직이며 역동적으로 배우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이론적으로 배우고 나서 직접 몸으로 다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혹여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아이들은 그를 통해 배운다고 믿는 사람들. 또한, 작은 사고를 통해 이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믿음. 따라서 과한 보호와 걱정보다는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처하는 것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추고 책임감을 가지게 해서 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활동과 배움을 정말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학교 오는거 즐거워?” 라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학교가 어떤 점에서 좋은지까지 쉴새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 수업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매우 적극적인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에게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싶어 직접 인터뷰를 요청했다. Kalvebod Fælled라는 학교의 4학년 학생들 4명(이자벨, 세바스찬, 엘리그라, 에스카)이 요청에 응해주었다. 아이들은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룰루랄라 나와서는 어디서 얘기나누면 좋겠냐는 질문에 편하게 대화를 나누자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방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이 어떠하냐는 질문을 하니 서로 앞다투어 학교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마치 선생님들이 시킨 것 마냥.. 부러움에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하나씩만 말해달라고 했다.



A: 우리는 수영장도 자주가고, 자연으로 피크닉을 가기도 하고, 어제는 숲에 다녀왔어요. 떨어진 사과를 주어서 자르고, 그것을 불에 뜨겁게 달궈서 거기에 설탕을 넣고 사과 시럽을 만들었어요. 우리 학교는 주로 활동적인 수업을 많이 하는 학교라서 정말 좋아요. 학교 건물도 멋지구요.

B : 저는 학교 음식이 정말 좋아요. 우리 학교에는 푸드스쿨이 있는데,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우리가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세요. 그리고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접해 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

C: 우리 학교에서는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줘요. 다음 주는 <건강을 위한 주> (‘Health Week’이라고 부르며 일년에 한 주 동안 하는 행사이다. 이때는 모든 교과목에 신체활동을 접목시킨 수업을 한다.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뛰어놀게하는 주이다.) 행사가 있어요. 그때 우리는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친구들이랑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져요.

D: 그런데, 선생님들~ 덴마크가 왜 행복한 나라라고 하는지 알아요?
한 아이는 내게 질문을 던지더니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D: 최근에 UN에서 발표한 행복의 나라 순서는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순이에요. 다 북유럽 나라예요. 그런 결과가 나온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바다가 가깝고, 자연과 가까이 지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덴마크인들은 자연이랑 굉장히 친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자유로워요. 친구한테 들어보니 다른 나라의 아이들은 16살쯤은 되어야 부모로부터 자유롭게 활동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아기여도 나갈 수 있어요. (웃음) 바로 신뢰가 있기 때문이에요. 부모님께서는 제 생각에 ‘이건 잘못됐어!’ 라고 하지 않아요. 한국은 어때요?

A: 덴마크에서는 직업을 가질 때도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직업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죠. 아!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지 않고 우리가 특별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휘게' 예요. 편안하게 가족들,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중요해요.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서 먹거나, 가족들이랑 주말에 영화관 갈 때, 자연을 볼 때, 그냥 어떤 행동을 할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그런 것이 휘게예요. 한국도 덴마크에 있는 휘게 같은게 있나요? 한국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뭐해요? 뭐하고 놀아요?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의 일부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질문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 말미에는 꼭 한국은 어떠한지에 대해 물었다. 정말이지 그들의 호기심에는 끝이 없었다...

“덴마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덴마크 음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어쩜 한국에는 랩퍼들 실력이 그렇게 좋아요? 한국의 초등학생은 어때요? 한국의 급식은 어떤가요? 한국 아이들 사이에서는 무엇이 인기 인가요?” ...

질문을 하는 수준이며, 학교에 방문한 게스트를 대하는 자세가 놀랄 만큼 성숙했다. 정말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구나 싶었다. <정답>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중시하는 덴마크의 교육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적극적이었다. 기념으로 사진 한 방 찍자는 말에 그럼 본인들이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을 배경으로 찍자며 옥상 정원으로 우릴 인도했다. 아이들 시간을 너무 빼앗은 것은 아닐까 이제 보내주려고 하는데도 마지막까지 한번 더 “더 궁금한 거 없어요?”
“더 물어 볼 거 있으면, 저희한테 다시 오세요!” 라고 말해주는 아이들.
https://youtu.be/fcSq5OB3Q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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