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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뮤지엄샵의 친환경 트렌드

시즌 2 기후위기와 뮤지엄

뮤지엄샵의 친환경 트렌드


 기후위기 시대 속 많은 뮤지엄이 전시, 부대행사, 교육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어요.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뮤지엄 내에 자리한 뮤지엄샵(museum shop)은 기후변화 시대 속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운영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기후위기 시대, 뮤지엄샵의 역할에 주목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뮤지엄의 관심과 실천은 일반적으로 전시, 교육, 행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요(Larkin, 2020).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그들로 하여금 기후행동을 유도하는 것이죠. 반면에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뮤지업샵, 안내 키오스크, 카페 및 레스토랑, 화장실, 교통 접근성 등의 편의 및 부대시설을 통한 탄소감축 및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경향이 있어요.

 후퍼 그린힐(Hooper-Greenhill. E)에 의하면 관람객은 일반적으로 뮤지엄의 소장품, 전시, 교육, 행사뿐만 아니라, 뮤지엄샵, 카페 및 레스토랑, 화장실 등의 공간 요소 모두를 합친 하나의 상징적 이미지로 뮤지엄을 인식해요. 그러므로 뮤지엄이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비전이 있다면 뮤지엄샵에도 그들의 메시지와 비전이 잘 나타나도록 구성해야 해요.

 포크와 디어킹(Falk & Dierking)은 ‘뮤지엄의 경험을 평가함에 있어 유물이나 전시 디자인의 질이 중요하듯 뮤지엄샵의 질 또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어요. 또한 뮤지엄이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할 때, 뮤지엄과 뮤지엄샵이 일관된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야 함을 강조하죠.


뮤지엄샵이 대체 어떤 곳인데?

©Aiden patrissi on Unsplash

 뮤지엄샵은 초기 뮤지엄 안내데스크에서 엽서와 도록 등을 판매하던 것에서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다양한 문화상품(cultural products)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발전했어요(Theobald, 2000). 박현택(2007)에 의하면 ‘문화상품’이란 뮤지엄의 소장 자원을 활용하여 전시·교육·홍보 등을 목적으로 개발하여 뮤지엄샵과 같은 상업적 공간에서 대중들에게 판매·보급하는 재화와 서비스(출판물과 복제품, 관광 기념품 등)를 의미해요.

 뮤지엄샵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뮤지엄이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한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다시 한번 더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교육 매체가 될 수 있어요(이보아, 2003). 예컨대 뮤지엄샵에서 판매하는 도록, 교재, 전문 서적 등은 전시실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심화된 학습을 가능하게 하죠. 실제로 테오발드(Theobald)는 뮤지엄샵은 뮤지엄의 재정적인 기여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교육적인 목적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어요. 박물관상점협회(Museum Store Association, MSA) 또한 뮤지엄샵은 일반 상점과 달리 해당 뮤지엄의 소장품과 관련이 있어야 하며, 교육적인 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죠.

 맥킨타이어(McIntyre)에 의하면 뮤지엄샵은 관람객들이 전시실에서 경험한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공간이 될 수 있어요. Larkin(2020)은 뮤지엄샵을 기후위기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상품으로 연결하여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했어요. 관람객은 전시실에서 본 작품과 동일한 주제를 지닌, 혹은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모형을 직접 만지고, 구매하고, 집으로 가져가는 경험을 하게 돼요. 즉 추상적 개념의 전시 주제가 일상적인 사물에 옮겨진 것이 바로 문화상품이며, 이는 관람객이 일상생활에서도 지속적으로 전시의 메시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요.

 더불어 뮤지엄샵은 관람객이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길목에 위치하여 뮤지엄 경험의 마지막 부분을 차지해요. 즉 뮤지엄샵은 일상세계와의 경계에 위치한 공간이자 시점이라 할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Larkin, 2020). 마치 피날레처럼요! 예컨대 연극의 마지막 막, 악곡의 마지막 악장인 피날레가 청중에게 주는 감동이 있듯, 전시 경험에서의 피날레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겠죠?


뮤지엄샵의 지속가능성 추구 뮤지엄

©Jess Morgan on Unsplash

 지금까지 뮤지엄샵이 뮤지엄의 메시지와 가치를 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어요. 그럼 이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뮤지엄의 메시지와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뮤지엄샵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볼까요?

 구글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에 ‘윤리적 브랜드(Ethical Brands)’라는 단어 검색은 3배, ‘윤리적 온라인 쇼핑(Ethical Online Shopping)’은 6배가 증가했다고 해요. 포브스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의 3명 중 1명은 지속가능성 문제 때문에 특정 상품이나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중단한 적이 있고, 전체 소비자의 10명 중 6명은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일 수 있다면 그들의 소비 습관을 바꿀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고 해요. 이러한 데이터는 친환경 트렌드가 사람들의 소비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요.

 미국박물관협회(American Alliance of Museums, AAM)에 의하면 이미 많은 MZ세대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해요. 즉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뮤지엄 샵은 MZ세대가 기후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미국박물관협회 이사 앨리슨 렘펠 브라운(Alison Rempel Brown)은 “(뮤지엄샵을 포함한) 박물관 내의 모든 공간은 박물관의 가치를 반영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방문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어요.


1️⃣ 상품을 통한 전시 메시지 전달 및 확장

 앞서 언급했듯, 뮤지엄샵은 전시의 메시지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확장해야 해요. 전시가 기후에 관한 이야기를 강조했다면, 뮤지엄샵 상품은 전시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것들로 구성되어 관람객들이 전시 메시지를 한번 더 습득 및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미네소타 과학박물관 뮤지엄샵에서 판매된 친환경 상품들 ©Science Museum of Minnesota

 미네소타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 of Minnesota)은 ‘기후위기 선언(Statement On Climate Change)’을 발표하고, 공동체적 대응의 필요성을 전하기 위한 전시를 개최했어요. 전시의 메시지는 뮤지엄샵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어요. 뮤지엄샵은 플라스틱 비닐 포장지를 대체할 수 있는 유기농 밀랍 포장지, 대나무 소재 커트러리 및 칫솔, 천연 방향제 등을 판매했고, 관람객들은 플라스틱 제품 대신 친환경 소재의 제품들을 구매함으로써 기후행동에 동참할 수 있었어요.

호주박물관에서 판매된 친환경 상품들 ©Australian Museum

 지난 이야기에서 살펴본 호주박물관(Australian Museum)은 《Changing Climate: Our Future, Our Choice》 전시를 개최한 적이 있어요. 전시는 기후변화가 호주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고 기후 변화에 대해서 개인으로서 취해야 할 행동과 정부 단위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촉구했어요. 이곳 뮤지엄샵에서도 전시 주제와 동일한 메시지가 담긴 문화상품들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진흙으로 빚어 만든 각종 집기, 천연 소재 가방, 화학물질 없이 천연 가공된 비누, 재사용 가능한 빨대 등이 판매되었어요.

더 딥의 뮤지엄샵 판매 상품 사진 ©The Deep twitter

 뮤지엄샵의 상품과 전시 메시지 통일의 중요성은 두 공간 사이가 붕괴된 상황에서 잘 드러나요. 2018년 영국 헐(Hull)에 위치한 수족관인 더 딥(The Deep)은 해양 생물에 대한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했어요. 그런데 뮤지엄샵 안의 많은 상품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전시에서 논의된 문제들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있었죠.


2️⃣ 윤리적 경영

 미국박물관협회는 뮤지엄샵의 친환경적 운영 방법을 제시한 바 있어요. 뮤지엄샵이 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환경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에 대해 살펴볼까요?

 조이스와 안드레아(Joyce & Andrea)는 윤리적 소비*를 고려한 뮤지엄샵 운영방안을 제안했어요. 뮤지엄이 상품의 원료 채취 및 생산 단계에 직접 참여하며 친환경 원료를 선택하거나 포장을 최소화하는 등 탄소 배출을 저감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축소하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뮤지엄의 자체 인력과 예산만으로 상품을 직접 생산하기란 불가능하겠죠? 따라서 뮤지엄은 상품 거래를 위한 업체를 선정할 때 생산 및 유통 과정이 윤리적 소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고려할 수 있어요.

 아울러 뮤지엄샵 공간을 구성할 때 친환경 소재의 도구 및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예컨대 상품을 진열할 때 플라스틱 옷걸이를 사용하는 대신 대나무를 사용하는 방법 말이에요! 또한 뮤지엄샵을 건축할 때 벽면 소재로 산림경영인증(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을 받은 목재를 택할 수도 있어요. FSC는 100% 재활용 가능한 목재를 말해요.


*윤리적 소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소비

좌) Fig 1.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 뮤지엄샵 내부 ©American Alliance of Museums

우) Fig 2. 미국 육군 국립박물관의 뮤지엄샵 전경 ©American Alliance of Museums


 시카고에 있는 과학산업박물관은(Museum of Science and Industry)은 뮤지엄샵의 벽면 구조물을 만들 때 FSC 목재를 사용했어요. 이외에도 뮤지엄샵은 내부 설계 및 디자인에 있어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이 적은 페인트를 사용하거나, 창문을 최대한 크게 설계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어요.

 미국건축가협회(Fellow of the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FAIA)는 뮤지엄이 뮤지엄샵을 건축할 때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LEED)**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해당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재활용할 수 있는 건축 재료를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건축물을 짓자는 것이에요. 실제로 미국 육군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United States Army)의 뮤지엄샵은 LEED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LEED: 자연친화적 빌딩·건축물에 부여하는 친환경 인증제도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 USGBC)에서 시행하고 있다.


뮤지엄샵의 노력에 우리도 동참해요!

 뮤지엄이 관람객에게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전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전시의 연장선으로서 뮤지엄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시와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뮤지엄샵은 단순히 ‘예쁜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닌, 관람객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가치를 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많은 뮤지엄샵이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뮤지엄샵이 담아낸 메시지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실천에 동참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지속가능성을 향한 뮤지엄샵의 노력에 우리도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REFERENCES

박현택. (2007). 박물관의 문화 서비스 확대와 재정 기반 강화를 위한 문화 상품 개발 시스템 연구. 국내박사학위논문 홍익대학교 대학원.

이보아. (2003). 성공한 박물관 성공한 마케팅. 서울: 역사넷.

Falk, J. H., & Dierking, L. D. (2016). The museum experience revisited. Routledge.

Larkin, J. (2020). Rethinking museum shops in the context of the climate crisis. Journal Nordic Museology/Nordisk Museologi, 30(3).

McIntyre, C. (2010). Designing museum and gallery shops as integral, co-creative retail spaces within the overall visitor experience. Museum Management and Curatorship, 25(2), 181-198.

Theobald, M. M. (2000). Museum store management. Rowman & Littlefield.

Joyce S. Lee & Andrea Froehle(2021.01.27). Green Trends in Museum Retail. https://www.aam-us.org/2021/01/27/green-trends-in-museum-retail/

Victor Oliveira(2022.04.18). Making a Commitment Toward Sustainable Retailing in the Museum Shop. http://www.museumstoreassociation.org/Education/MSA-Blog-Post/TitleLink/Making-a-Commitment-Toward-Sustainable-Retailing-in-the-Museum-Shop

https://australian.museum/

https://new.sm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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