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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향정원 Oct 04. 2019

의지력 간 보기

매일 아침 밥 한술 제대로 못 떠놓고 어젯밤 침대 옆에 뱀 허물처럼 풀어놓은 넥타이를 급하게 목에 걸며 커다란 빅백(Big bag)에 도시락을 쑤셔 넣고 전철에 몸을 던진다. 사람에 부대껴 땀으로 범벅이 된 구겨진 몸과 마음이 출렁거리며 긴 아침 출근을 했다. 너들 너들 해진 정신과 육체는 당일 사용할 수 있는 30% 정도의 에너지와 의지력을 이미 출근길에 흘러 버렸다.

맑은 정신과 의지력을 집중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데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달래고 있으나 의욕이 멀리 도망가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그리스 철학자들도 환경에 대응하는 사람의 대응능력이 중요한 관심 사항 중 하나였다. 

그들은 인간의 의지 박약에 대한 문제점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자제력 결핍을 뜻하는 ‘아크라시아(akrasia)’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냈다. 아크라시아는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정작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 상황에서 머뭇거리거나 심지어 포기하는 인간의 속성, 방탕의 원인인 '자제력이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떤 행동이 나쁜 것 있음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보고 누구든 좋은 것 인줄 알면 실천을 하고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직 무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신에게 무엇이 좋고 나쁜지 유해하고 해로운지 판단하는 것은 실천적 지혜(선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의 이성적이고 진실한 상태) 라고 주장하며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더 했다.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는 행동의 근원에는 의지력, 절제력이 중요한 실천 수단임을 그리스 철학가들 알고 있었다. 

고대부터 중요시한 의지력(자제력)은 목표를 추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지만 지난 수천 년 동안 선천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질로만 간주돼 왔었다. 즉 좋은 의지력을 가지고 태어났느냐 아니냐의 문제로만 인식해서 의지력(절제력)이 없는 사람은 평생을 사고뭉치, 불행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예단을 했다. 그래서 의지력이나 자제력은 외부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과학적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으나 마시멜로 테스트가 변화의 도화선이 되었다.


1960년대 스텐퍼드 대학교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박사 팀이 심리학의 전설이 된 그 유명한 마시멜로 테스트를 했다. 실험은 4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접시에 마시멜로 1개를 놓아두고 15분을 참으면 한 개 더 주겠다고 한 뒤 즉시 먹은 아이와 먹고 싶은 욕구를 15분 이나 잘 참아낸 아이들을 수년이 지난 후(고등학교 재학할 나이) 학교 성적, SAT(미 대학입시 시험)점수, 교우관계 등을 조사해 보니 유혹을 잘 참았던 아이들이 본능적 욕구에 바로 넘어간 아이들보다 모든 부분에서 우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자제력(의지력)이 강할수록 삶의 전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큰 차이를 만든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히고 자제력은 후천적 노력에 의해 키워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선천적인 자질로 간주되어 온 자제력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는 미셀 박사의 주장은 결국 인간의 본성과 자제력은 타고나는 것보다 후천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마시멜로우 실험은 참여자 표본(600명)이 턱없이 작고 또 네 살 아이들은 아직 두뇌가 제대로 파티션 되지 않고 한창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뻗어 나가고 있는 본능에 충실한 나이에 행한 실험이라 결과의 해석은 좀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자 하면 유혹을 잘 참아낸 절제력, 하고자 하는 일을 추진하는 강력한 의지력은 필수 조건 임에는 분명하다.


인생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의지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우선 의지력이 무엇인지 한번 간을 보자. 

매년 새해가 되면 운동을 하겠다 또는 금연하겠다며 온갖 결심과 각오를 다지지만 늘 결과는 

작심삼일의 실패로 귀결된다. 이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우리 마음을 흔들림 없이 굳건히 지탱하고 유지시켜주는 강력한 힘, 의지력(willpower)이 1차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지력은 자신에 결심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self-control)이다. 여러 가지 유혹을 물리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통제력이 금연실천에서, 다이어트의 문 앞에서 번번히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의지력이 부족해서 그럴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의지력의 속성에 대하여 잘 모르고 또 적절히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의지력이란 것을 잘 알고 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습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행동에 대한 처리를 '자동 처리(Automatic Process)'와  '통제 처리(Con

trolled Process)'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설명을 한다.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1+1=2라는 수식은 별다른 계산을 하지 않아도 답을 맞출 수 있어 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동적, 반사적으로 처리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40÷10+5=9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나누기와 더하기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는 일정한 논리적인 규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의지력이 필요한 통제 처리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의 의지력은 무한 자원이 아닌 사용하면 할수록 소진되는 유한 자원이므로 많은 의지력이 필요 없는 자동처리 과정이 많아야 뇌에 휴식시간도 주고 에너지도 절약하고 그리고 넉넉한 의지력을 이용하여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도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는 굉장한 집중력과 이를 처리하는 두뇌의 높은 활성화, 그리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운전 행위를 지속하려는 의지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별다른 집중력이나 두뇌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운전 중에도 문자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운전을 여유롭게 할 수 있다. 초보 운전을 할 때는 운전을 하고 나면 몸과 머리가 아플 정도까지 의지력을 사용하지만 베테랑 운전자인 지금은 최소한의 의지력만 있어도 운전이 가능하다.


삶에서 모든 행위들을 습관으로 길들이기는 힘들지만 좋은 습관을 많이 쌓아두면 일상에서 의지력을 조금만 사용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습관 길들이기가 의지력 키우기에 제일 중요한 요소이다.  의지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정신적 훈련과 운동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욕심을 내어 무리하게 의지력을 키운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의지력은 정신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이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줄의 책으로, 교육으로, 훈수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지력은 습관과 맞물려 있으므로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의지력을 키우는 훈련이 된다. 

사소한 작은 일을 반복하면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거리서 침 안 뱉기, 출근 중 전철에서 책 읽기, 운전 중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욕설이나 말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의지력을 키우는 훈련이 된다. 해병대 극기훈련과 같은 특별한 훈련을 통해서만 키우는 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것 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의지력 강화 훈련이 되는 것 이다. 그러나 이는 지엽적 또는 1회적 행동이고 진정한 의지력 향상은 운동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을 했다. 성공의 만병통치약 중 하나인 의지력은 마치 근육처럼 단련하면 할수록 강해지기도 하지만 많이 쓰면 소진되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의지력을 한꺼번에 소진해버렸을 때를 '자아 고갈(ego depletion)'상태라 한다.

자아 고갈은 "생각과 느낌 그리고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이 소진된 것”을 말하는데 이 자아 고갈 상태일 때는 아주 사소한 유혹이나 행동에 쉽게 굴복, 유혹을 당한다. 그래서 퇴근 후 헬스클럽에 들려 운동하겠다 다짐을 하더라도 하루 종일 일하는데 의지력을 대부분 소진해 버렸다면 십중팔구 퇴근 후에는 소파에 누워 TV 리모컨이나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나약한 의지력은 욕구를 참는데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고갈되어 사소한 욕구나 유혹에 쉽게 무너져 버린다.

금연과 다이어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담배를 참느라 의지력을 많이 소모해 버리면 맛있는 케이크의 유혹을 참기 위해 쓸 수 있는 의지력은 부족해서싑게 한입 케이크를 베어 물어 다이어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한 번에 한가지 목표만 세워 실천함이 현명한 방법이다. 의지력 과도사용의 문제점에 대하여 이스라엘 벤 구리온 대학이 “인간의 의지력이 가석방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에 보면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은 8명의 심사관들이 10개월 동안 처리한 1,112건의 가석방 심사 자료를 분석했다. 심사관들은 하루 14~35건을 6분 이내 각 측의 주장을 듣고 판단해야 했다. 쉬는 시간은 하루 2번(오전 간식시간, 늦은 점심 식사 시간) 허락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심사가 시작되는 오전과 2번의 휴식시간 직후에는 가석방 승인율이 35%나 되었지만 휴식시간 직전에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는 반복적 의사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피로도와 관련이 있다. 가석방 희망을 품은 수감자들에게 가석방 승인율이 좋지 않은 시간대 배정은 절망적인 일이다. 그리고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의지력이 낮은 시간대에 심사관이 배정되면 절대 교도소 담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의 의지력과 정신력은 몸의 근육처럼 사용하면 할수록 피로를 느낀다. 좋은 생산성을 만들려면 의지력이 최고조인 시간대에 중요한 일, 우선순위 상단에 있는 일을 먼저 처리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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