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 율 Feb 17. 2019

RIP my first piano teacher

My first piano hero

중3이었다. 피아노를 그만 뒀다가 다시 시작한지 얼마안되서, 부산에서 제일 유명하신 교수님께 오디션을 받게되고, 그리고 나는 제자가 되었다.


몇년간의 공백기를 매꿔야한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항상 더 일찍 일어났고, 2배로 해야된다는 생각을 가졌으며, 실제로 그랬다.


배움은 항상 재미가 있었고, 연습은 힘들었지만, 나는 동시에 힘들지가 않았다. 선생님은 항상 모든것을 가르쳐주셨다. 어린나이었지만 느낄수있었다.


전공생이되어 처음 받게되는 가르침이 선생님을 통하여 받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선생님의 열심과 열정, 철두철미함, 자신의 신념에 대한 굽힘이 없는 태도, 순수함과 소녀같으심은 아직도 어제일처럼 기억이 생생하고, 나는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랐던것 만큼,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지금의 내 모습에, 또 내 음악에도 선생님의 모습들이 스며들어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마지막 전화통화가 되어버린 2년전 어느 여름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리노이에서 일하게된것까지, 선생님께 직접 알려드릴수있게 된것이 다행이라 생각하고, 선생님께서 부모님처럼 기뻐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한편이 따뜻하고 눈물이 핑 돈다.


짧았지만 울림이 있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속에, 피아니스트로서의 내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봐준 분이 계셨기에, 내가 존재할수있었음을 알고, 이제는 내가 선생님이 되어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그때의 선생님 또한 나를 통해, 또 제자들을 통해 완성되어가고 있으셨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마지막 연주를 영상을 통해서라도 꼭 들어보고싶은 마음이다. 음악속에 담긴 선생님의 진심을 알고싶어서인지도모른다. 시한부 선고를 받으신 후의 삶이 어떠셨을지, 나는 짐작만 할 뿐  감히 완전히 이해할수는 없지만, 죽음을 앞두고 까지, 놓칠수 없었던 음악이 선생님의 삶에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그때의 선생님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마음가짐이셨는지는, 선생님의 음악을 통해 느낄수 있을것같아서이다.


부디, 아픔과 상처가 없는 곳에서, 사랑과 화해가 가득찬 곳에서, 선생님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나는 기도한다.



RIP my first piano teacher -

작가의 이전글 피아니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