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이른 시간 백사장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밤새 놀던 사람들이 자러 간 백사장은 텅 비어 있지만 또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도 바다처럼 지쳐 있었다.
운전 탓인지, 애인에 대한 추억에 지친 탓인지 크리스는 바다에 닿자마자 모래 위로 덜썩 눕더니 금방 잠이 들어 버렸다.
“사람들이 생각을 정리하러 왜 바다에 오는지 아니? 그건...바다에 오면 결국 아무 생각도 나지 않기 때문이야.”
경혜는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얼굴로 바다를 보며 말했다.
크리스가 예약한 호텔에서 며칠 만에 예약을 해 둬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리는 너무나 고급스럽고 거대한 침대에서 거의 껴안다시피 해서 낮잠을 늘어지게 잤다. 잠에서 일어나 보니 경혜는 버릇처럼 메모한장 없이 나가버린 뒤였고, 크리스는 옷을 몽땅 다 벗은 채 자고 있었다. 입술은 내 목덜미에, 팔은 내 가슴을 두른 채 말이다.
“쟤가 아무래도 너랑 와이를 혼돈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렇잖아도 너랑 와이가 비슷하다고 몇번이나 말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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