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손종원의 리더십
백수저들이 모인 주방에 군기가 없다.
누구도 소리치지 않고, 명령하지 않는다.
칼과 불의 소음 사이로 묵직한 믿음과 집중만이 흐른다.
하지만 모두가 리더라 오히려 우왕좌왕하는 순간이 있다.
조리도구를 찾고 식재료를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
최고권위를 가진 백수저 요리사들이라 모든 준비가 된 주방에 입장해 지휘자처럼 진두지휘하는 것에 익숙했을 것이다.
재료와 요리도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요리사들 사이에 발로 뛰며 쉐프들이 요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눈에 띈다.
손종원 쉐프이다.
그는 권위적이지 않아서 권위가 생기는 사람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권위는 ‘명령의 무게’가 아니라 ‘함께하는 온도’다.
함께 하는 순간 그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음식이 완성되는 과정에 참여한다.
스스로 낮아짐으로써 자연스레 무게중심을 얻는 사람들처럼, 그는 주방의 중심을 차지하지 않아도 중심이 된다. 그가 권위를 가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누구도 그 권위를 의심하지 않는다.
요리의 세계처럼 예술과 삶에서도 진짜 권위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태도와 품격, 그리고 신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에서 생긴다.
권위적이지 않음이 무게를 잃는 것이 아니라, 무게를 덜어 낸 자리에 진정한 권위가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