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 적 수원천에 집장촌이 있었지.
옛날에 우리 가게 앞은 집장촌이었지
밤만 되면 빨간불이 켜지고 누나들이 그 빛 아래 앉아있었어
나는 예쁜 누나들이 좋았고
관심 받고 싶은 아이여서
밤만 되면 그 앞을 씽씽이를 타고 왔다갔다 했어
자기 주장이 생길 나이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누나들을 만났지
그 누나들 꼭 겨울에 춥게 있고선
내가 보던 티브이 채널을 돌렸어
나는 그게 너무 황당하고 싫어서
“나 보고 있는데 왜 돌려요?”
하고, 따졌지. 초딩 때.
“너 애가 싸가지가 없구나”
하면 나는
“내가 먼저 왔잖아요”
하며 물러서지 않았어
이상하게도 나는 누나들한테 이쁨을 잘 받아서
그래서 그 누난 툴툴거리면서도
내가 보던 채널을 그대로 두었지.
내가 대학생이 되어 엄마에게 물을 때까지
우리 엄마 아무말도 안했어
왜 아무말도 안했냐 했더니
“그땐 그냥 다들 그렇게 살았어”
라고 말했지.
지금은 가건물 사라지고
관광객 즐비한 길이 됐지만
25년 전엔,
바람 펄럭이는 옷 입고
셀카 찍는 여자들 나이 즈음 된
누나들이 있었지
가끔 깨끗해진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씽씽이 타던 내가 떠오르고
“쟤는 왜 맨날 저래”
하던 누나들이 떠오르고
그 누나들 이제 오십줄은 족히 넘었을텐데
다들 뭐하고 살고 있으려나.
어디 가서 티브이 마음껏 돌리고
살았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