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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PD Feb 15. 2021

유튜버 <빠니보틀>에 빠지다

아빠 바빠 빠니보틀에 빠졌어

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0/12/08/104334539.2.jpg

코로나로 인해서 해외여행이 요원한 요즘. 해외여행에 고픈 사람들을 위한 이색 여행이 선을 보이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인천 공항으로 돌아오는 여행 여행 상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출국날 새벽의 공항 냄새가 그리운 나머지 아침 일찍 공항에 가서 브런치를 먹고 온다고 한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 설렘을 선사하는 차갑고 습한 새벽 공기.


해외여행에 목마른 대리만족 중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은 해외여행 영상이다. 유튜버 빠니보틀은 단연 으뜸이다. 어쩌다가 내 유튜브에 추천으로 떴는지 모르겠지만 구글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빠니 보틀은 474일간 세계 여행을 한 30대 초반의 청년이고 백수로 시작해서 지금은 전업 프로 여행 유튜버가 되었다. 평범해 보이는 빠니보틀의 팔로워는 2021년 2월 15일 현재 57.6만 명에 달한다.

빠니보틀 유튜브 화면 캡처

빠니보틀의 여행지는 낯설다. 그의 여행지 선택이 여타 여행 유튜버와의 차별점이다. 빠니보틀은 유명한 관광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찾은 곳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다.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현지인, 단 하나밖에 없는 호텔, 하루에 한 번만 다니는 버스. 심지어 현지인의 친절함에 힘입어 그들의 집에서 하루 묵기도 한다. 모든 것엔 각본이 없고 답사도 없다. 모든 상황이 다 라이브다. 한마디로 보다 날 것 버전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느낌이랄까. 

아주 평범하게 생긴 빠니보틀


자기소개는 간단명료하게 성향을 보여준다


이런 성향은 빠니보틀 유튜브 채널 설명에도 잘 나와있다. 친근하게 쓰려고 ㅂㅅ이라는 말을 썼지만 "저렴하게 특이하게 혼자 여행하겠다"라고 순화해서 이해하면 되겠다. 영상 내에서도 자신은 아싸이지만 관종이라고 이중성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성격은 나랑도 비슷하게 잘 맞다. 아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성향도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싶다.


http://t1.daumcdn.net/liveboard/gilbut/98d0e7c6ffe7465a9d87796eae32b504.JPG

나도 대학생 시절 2주간 호텔팩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적 있다. 지금 벌써 20년이 흐른 이야기인데. 유럽 5개국을 다니면서 느낀 것이 있다.  사진을 찾아보면야 당시 상황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은 날 것이다. 하지만 사진 없이 그냥 떠오르는 여행의 기억이란 대부분 의외의 상황과 돌발 사건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just-go.tistory.com%2F47&psig=AOvVaw0GXnRMfiDHY_GP

사크레쾨르 사원을 오르는 몽마르뜨 언덕의 팔찌 파는 덩치 큰 흑인들의 손아귀 힘이 얼마나 좋았는지. 탄산수가 뭔지도 몰랐던 내가 김 빠진 사이다 맛 물을 마시고 탄산수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고. 새벽의 기차역에서 플랫폼의 식수 마시는 물로 양치를 했던 일이라든지. 호텔 예약이 안되어있어서 여행사에 따지고 따져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호텔에서 잘 수 있었다든지. 런던에서 파업으로 지하철이 끊겨 밤거리를 헤맬 때 이슬람 노동자들이 친절히 콜택시를 불러준 점. 근 데 그 택시가 같은 이름 다른 호텔로 데려다줘서 콜비로 돈을 날렸다던지. 시시콜콜한 것들이지만 처음 겪었던 돌발 상황들은 추억의 싸이월드를 꺼내지 않아도 지금 접속도 안 되지만 다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에펠탑이 얼마나 컸는지, 대영 박물관에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베니스의 레알토 다리에 지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피사의 탑이 몇 층이었는지. 바젤의 빈사의 사자상이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는... 기억이 희미하다. 정작 보러 간 것들은 이런 것들이었지만 말이다. 여행의 본질은 관광지에서 찍은 "나 여기 다녀왔어" 인증샷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거리가 아닐까? 인상적인 사건사고는 추억으로 남는다. 


여행자를 봉으로 보는 현지인들과의 트러블은 일상다반사
극과 극을 오가는 그의 여행지

빠니보틀의 여행 유튜브는 사건사고가 다양하다. 일부러 그런 곳만 찾아다니는 것 같은 합리적 의심도 해본다. 도둑 맞고, 호객당하고, 사기당하고, 음식 탈 나고, 비박도 하고, 현지인 집에서도 잔다. 일단 홀몸으로 다니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심지어 한국인이 없는 여행지를 다니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현지인이거나 타국 여행자뿐이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의 도움으로 혹은 혼자서 역경을 딛고 이겨내는, 대견한 위아 더 월드 스타일의 이야기 구성이 가능하다. 별생각 없이 클릭했다가 어느새 여행 순서대로 빠니보틀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쳇말로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편만 본 사람은 없다는 유튜브 채널. 빠니보틀.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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