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러닝을 시작한 지, 삼 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44번의 달리기를 통해 212km의 거리를 달렸다.
Nike Run Club 어플로 봤을 때 러닝 레벨은 오렌지 레벨이며 38km만 더 달리면 그린 레벨을 획득한다.
사실 러닝에 처음부터 관심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집이 망원 한강공원 인근이라 자주 산책하러 가는 데 갈 때마다 열심히 러닝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와 어떻게 저렇게 안 쉬고 계속 달릴 수 있지?'라는 의문과 경의를 보내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망원동으로 이사 오고 나서 몇 번 달린 적은 있지만 꾸준히 해본 적은 없다.
계기는 그랬다. 전 연애에서 아물지 못했던 상처와, 하고 있는 일이 잘한 선택이었는가의 의문점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상태였다. 그러던 차, 주변에서 JTBC 풀코스 달리기로 한 전 직장 동료로부터 러닝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전 직장 동료는 10여 년의 연애를 끝내고 한동안 폭풍 힘든 시기를 겪고, 러닝을 해보더니 나한테 권하는 것이었다.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정리가 된다고. 아픔과 슬픔은 호르몬이고, 달리기가 어느 정도 기분 좋은 호르몬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갈무리가 되고 건강해져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예전에 한강공원을 몇 번 달렸던 기억이 나서 그냥 한번 가볍게 달려볼까?라는 생각을 했고, 생각난 김에 한번 달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첫 러닝을 7월 말에 시작하게 되었다. 여름의 절정이었고, 저녁에도 매우 더웠지만 한번 달려보기로 했다. 처음이기도 했지만 여름의 러닝은 숨쉬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일단 너무 습도가 높았고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러닝을 5킬로 정도 뛰고 나니, 힘들지만 뭔가 한 번 더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5일 뒤, 두 번째 러닝을 4km를 달렸다. 8월 첫째 주여서 더위가 최절정이었다. 그래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서 여느 때처럼 러닝을 하다가 그만둘 뻔했다.
그러나 8월 말, 조금 선선해지면서 다시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전 직장동료가 자꾸 나에게 본인이 훈련한 기록을 카톡으로 공유를 하는데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달리기 시작한 것은 8월 말부터였다. 그 이후로 아무리 바쁘거나 피곤해도 3일에 1번은 달렸다. 달릴 때는 정말 힘들지만 달리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누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달리는 동안은 잡생각이 안 나서 좋았고, 달리고 나서는 꿈도 안 꾸는 꿀잠을 잘 수 있어서 좋았다. 달리기 시작하니, 더 잘 달리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달리기를 못하는 날은 근력운동도 하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있어야 더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스쿼트, 런지 등 다양한 근력운동을 40분씩 했다.
그렇게 약 3개월 정도가 지났고 지금은 다른 러너에 비해 빠른 건 아니지만 5km에 30분 이내의 페이스로 유지하면서 달리게 되었다. 게다가 몸이 건강해진것을 스스로도 느낀다.
달리는 게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관심사 중에 하나가 되었다. 내일은 아침에 달릴까? 저녁에 달릴까를 고민하며 얼른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달릴 때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매일 오 킬로를 뛰어도 뛰는 내내 힘들다. 그러나 뛰고 나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힘들더라도 매일 뛰고 싶은 욕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달릴 때는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달리기는 확실히 치유의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에 관한 글을 쓸 예정입니다.
언제까지 달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하프마라톤에 나갈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언젠가는 풀코스를 뛰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망원한강공원 뛰실분은 같이 뛰어요 댓글이나 dm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