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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 Nov 08. 2024

분홍 립스틱

치매검사하는 언니

 동네 내과의원엘 왔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빼곡히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가 제법 많습니다. 남편의 이름을 적어놓고 빈자리에 앉았습니다. 혼잣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옆의 남자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웅얼거림에 내 귀는 확성기로 커졌습니다.

 “안 돼요. 남편 기다려요. 감사합니다….

 조용히 해요. 기다려요…. “

부부의 대화입니다. 들려오는 말소리로 보아 언니로 보이는 여자분이 환자인 것 같았습니다. 치매검사도 오신 김에 받고 가시자는 의사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이 며칠이죠? 여기는 어디인가요? 삼천리강산을 거꾸로 해보세요. 저를 따라 해 보세요… 간장 공장 공장장…

 간장 공장 공장장만 들려왔습니다. 조금 지나 내 순서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았습니다.

 내과의원 계단 앞에 앉아있는 그 여자분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왜 여기 계세요? 남편분은요…

 안돼요. 남편 기다려요…“ 이것은 뭔가? 뭐가 잘못됐지? 싶다. 황급히 계단을 두 칸씩 뛰어넘는 그때 앞에 그, 남편분을 맞닥뜨렸습니다. ”요 앞에 계단에 헉 헉… 아이고,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하는 그, 입술엔 분홍빛 립스틱이 가지런히 발라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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