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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방랑자 Feb 12. 2023

#6. 도시 유랑자의 뉴욕 스케치

햇살이 따스한 뉴욕에서 카메라 하나 들고 유랑하기

뉴욕에 갔다 온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한번 가봐야지, 특히 맨날 영화에서만 보던 그 뉴욕은 꼭 가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회사에 취직하고,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나에게 생각보다 그 타이밍은 빨리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타이밍을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냐?라는 질문에 일단 질러 버렸다...한 해가 지날 때마다 운동부족의 영향을 받아서 카메라가 무거워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나이 더 먹어서 카메라도 못 들고 다니기 전에 일단 질러!!" 라고 악마가 속삭였다(...)




그렇게 결심하고 항공권을 찾다가 홍콩 환승을 하는 캐세이퍼시픽 항공권을 무려 80만원이라는 가격에 득템!! 홍콩 스탑오버를 포함해서 뉴욕 JFK 공항을 통해 뉴욕으로 가게 되었다.


다만, 홍콩을 찍고 간다는 점에서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비행시간만 무려 17~18시간이라는 함정...진심 나이들어서 탈 수 있는 항공편은 아니었다.


타임즈 스퀘어 - Times Square



<뉴욕>이라는 도시를 갔을 때 머릿 속에 타임즈 스퀘어를 꼭 가야지!! 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사실 다들 뉴욕 하면 자유의 여신상이나 브루클린 브릿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상하게 항상 나는 도시의 랜드마크에 늘 관심이 많아서일까... 다른 곳은 안 가고 사진 한장 안 찍어도 타임 스퀘어에서는 사진을 꼭 찍으리라...라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이 타임스퀘어였다.


현대의 모습은 마치 스파이더맨이 거미줄 뿜고 다닐 것 같은 고층 빌딩의 숲이지만, 이곳이 19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고, 그 당시에는 유럽 특유의 도시 공간 중 하나인 광장(Square)이라 공터로 있었고, 사람들이 모이거나, 마차들이 대기하는 곳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타임스퀘어가 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45번가는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이니 Square라는 역할은 유럽 사람들의 문화 그대로 현대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밤에 보는 타임 스퀘어, (캐논 5D mark2 / EF 17-40mm f4L)



물론, 밤에 보면 낮과 또 분위기가 다르다. 뉴욕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맨해튼, 타임스퀘어는 더 화려하고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밤에 보는 타임스퀘어의 모습이 더 멋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세계의 경제수도 역할이다 보니 길거리에도 관광객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많이 보인다. 끊임없이 전화를 하면서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도 있고, 노트북을 들고 나와서 급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있고....



정처 없이 카메라 하나 들고 걷는 나는 과연 어느 이정표를 보고 어디로 가야 할까.



맨해튼 5번가의 모습은 브로드웨이 42번가 쪽이나, 월스트리트 같은 곳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도쿄와 비교해 보면 긴자의 모습과 비슷했는데, 실제 긴자도 명품거리가 있고 백화점이 즐비한 것을 생각해 보면 어느 면에선 비슷한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IT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다른 관광지보다 애플스토어가 더 눈에 들어왔다.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친다더니 그 참새가 여기 있었네...??


유리로 된 출입구와 나선형의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입장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저 디자인의 모티브를 얻은 게 루브르 박물관이라고 하니 건축가의 의도는 정확하게 전달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뉴욕의 길거리 풍경은 확실히 현대 도시의 모습에 18~19세기 유럽의 모습을 섞어놓은 느낌이 든다.


사실 뉴욕이라는 도시가 1700년부터 만들어졌고, 그때의 건축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미국의 건축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기 때문에, 과거와 현대의 도시 모습이 조화된 모습 때문에 뉴욕 도시의 풍경은 대단히 매력적인 느낌을 준다.


뉴욕 지하철은 뉴욕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좋은 이동수단이다. 서울도 사실 교통체증으로는 세계구급이긴 한데, 뉴욕 또한 교통체증이 만만치 않은 도시이다 보니, 이 지하철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뉴욕의 지하철은 나름 시스템만 보면 잘 만들어진 편이다. 모든 노선은 아니지만, 24시간 운영을 하기 때문에 뉴욕의 주요 요충지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노선망 또한 촘촘해서 맨해튼과 주변의 브루클린, 퀸즈, 스태튼 섬, 브롱스 등에서 이동하기에 제법 편리하다.


다만, 1900년 초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노후화 문제는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뉴욕 지하철 하면 떠올리는 것이 쥐(...)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헉!! 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긴 하다. 그래서 그런지 iPhone의 광고나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종종 쥐가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MoMA(뉴욕 현대미술관)

뉴욕이 그냥 대도시로서가 아닌, 세계적으로도 문화/콘텐츠의 대도시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것은, 도시에 있는 수많은 관광 인프라도 한몫했다고 본다. 자연사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정말 미술관과 박물관이 유럽의 도시 못지않게 많은 편이다. 게다가 그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해서 더더욱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그중에서 나는 현대 미술관으로 불리는 MoMA를 들렀다. 매번 월간 디자인 잡지나 교과서 같은 곳에서만 보던 작품을 여기서 보다니!!


MoMA에서는 앤디 워홀, 잭슨 폴락 등 현대 미술의 거장뿐 아니라,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의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다.


굿즈 샵에서도 참 살만한 게 많아서 선물을 담아 오기도 했지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도 가봐야지... 라며 아쉬움 또한 같이 담아왔다.


록펠러 센터 전망대인 Top of the Rock에서 바라본 뉴욕


뉴욕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간다는 록펠러 센터 전망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처음 뉴욕의 야경을 보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서 TV와 엽서로만 보던 그곳을 와서 보다니, 그런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눈물을 흘렸다. 다른 이유지만... 전망대에 올라가는 순간 강풍이 미친 듯이 불어서(...) 눈을 뜨기가 힘드니... 아... 눈물이 차오른다... 야경 한번 찍기 참 힘드네.


뉴욕시의 도시 풍경, 마천루들을 보고 10분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무려 이 마천루가 만들어진 게 1900년대 초반부터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다시 한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한국사 공부하면서 조선 말기 조선의 조정이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고 보낸 통신사 일원인 <보빙사>뉴욕의 경관을 처음 보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그 당시 한반도는 고층 빌딩은 커녕 이제 막 서구 문명에 눈을 뜰 때였으니, 그 사람들이 느낀 감정은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으리라 싶다.


그 당시 고종이 보빙사의 일원인 민영익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고종 : 자네가 그간 들렀던 곳 중 어디가 명승지인 것 같은가?
민영익 : 양인들은 다들 파리가 좋다던데 제가 본 바로는 파리는 뉴욕만 못한 거 같습니다.


내가 뉴욕의 야경을 그래도 인터넷이나 TV로 보았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입이 딱 벌어지는 광경이었는데, 그런 것조차 없이 처음 이런 규모의 광경을 본 그들의 심정은... 그리고 그 멤버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주축들이 몇십 년 후 갑신정변을 일으키게 된 이유도 사실 이런 모습에서 충격을 먹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뉴욕 여행의 마지막 밤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그래서 꼭 하고 싶었던 걸 생각해 보니 <뉴욕에서 재즈클럽 가기>가 있었다. 미국, 그리고 뉴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재즈 문화였기도 하고.


맨해튼의 웨스트사이드 헬스키친(Hell's Kitchen)에는 재즈 클럽들이 제법 있는데, 여기에 위치한 Birdland도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재즈클럽이다. 물가 비싼 뉴욕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가볍게 음료 한잔에 수준 높은 재즈 공연을 함께 들을 수 있으니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았다.


다음 뉴욕에 가더라도 꼭 재즈클럽은 다시 들르리라...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을 해본다.


 



그 당시 뉴욕을 갔을 때는 정말 잘 모르고 갔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회사 업무와 단조로운 생활에 지쳐서 갑자기 즉흥적으로 간 거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좀 더 알고 갔으면 더 하나하나 생각하고 배우면서 여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와 지금은 제법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도, 뉴욕도...


다시 갔을 때 내가 담은 뉴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반대로 그 도시는 나에게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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