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코로나19 이후로 오랜만에 일본을 오랜만에 다녀왔었다. 물론 업무 때문에 다녀왔지만, 업무가 끝난 시점에 약간의 짬이 생겨서 12월의 도쿄의 풍경을 담을 기회가 생겼다.
도쿄를 처음 간 게, 대학생 때인 2010년이었는데, 지금의 10년이 넘은 시점 22년에 본 도쿄의 모습은 과거 속에서 묘하게 21세기의 화려한 모습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면 때문에 사계절 내내 여행자들이 찾는 국제 도시로서의 도쿄의 정체성이 여전히 잘 자리 잡은 게 아닐까?
도쿄에서는 오래전부터 11월 말부터 그다음 해 2월까지 조명으로 도시 주요 스폿을 밝히는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행사를 주최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제일 잘 알려져 있는 곳은 역시나 롯폰기에서 도쿄 미드타운까지가 제일 유명하지만, 사실 롯폰기 외에도 요요기 공원의 푸른 동굴 SHIBUYA라던지, 시오도메 시오사이트의 카렛타 등 여러 곳이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는 법, 가장 접근성도 좋고, 볼거리와 살거리(?)가 함께 있는 데다 규모면에서도 가장 큰 곳은 역시나 모리타워가 있는 롯폰기 힐스의 일루미네이션이며,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けやき坂 イルミネーション)이라는 풀 네임을 가지고 있다.
2022년의 롯폰기 힐스의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 모습
이 행사는 2017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이전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었지만, 정식 행사로 시스템화(?)된 것이 2015~2017년부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12월과 다르게 도쿄의 12월은 생각보다 매섭도록 춥지는 않은 편인데, 실제로 그래서인지 도쿄는 12월에도 눈이 잘 안 오고 와도 비가 되어 녹아버리는 편이다.
그리고 사실 한국 못지않게 눈이나 비가 잘 오지 않는 기간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야외활동 하기가 좋고, 그래서인지 서울에서는 패딩을 낑겨입고 나가야 하는 시기에 비해 도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코트를 걸치고 야경을 즐기는 것 같다.
이 시기에는 그래서인지 커플, 친구들끼리 특히 많이 오는데, 다만 내가 관찰했을 때 커플보다는 여자분들끼리 많이 나오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 행사는 삼성전자 일본지사가 주최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삼성전자의 일본 지사인 삼성전자 재팬의 후원을 받아 축제 명칭에 갤럭시가 붙어있기도 하고, 실제로 행사 기간 중에 롯폰기의 아케이드에는 삼성 갤럭시 팝업 스토어 형식의 체험 공간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롯폰기 힐스에서 바라본 도쿄타워의 모습
롯폰기 힐스의 아케이드에서 동쪽(아자부주반-시바공원 방면)을 바라보면 도쿄타워가 보이는데, 롯폰기 힐스의 진입로 양쪽으로 가로수에 수많은 벌브 조명이 장식되어 있어서인지 사진을 찍을 때 구도상으로 대단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이 스팟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미어터지는 인파를 버텨야 하는게 흠이지만, 왠지 이 곳을 오면 한번쯤은 저 스팟을 보지 않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라 인파가 밀리든 말든 일단 몸을 쑤셔놓고 봐야 한다.(...)
인파를 빠져나와서 미드타운 쪽으로 가보면...
미드타운에도 12월에는 일루미네이션을 하고 있다.(사진이 폰으로 찍어서 퀄리티 차이가 나는 건 이해를...) 미드타운 일루미네이션의 경우 나름 최신 트렌드의 크리스마스트리를 포함해서 다채로운 빛과 음악 연출로 야외 일루미네이션을 조성해 놓았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도로와 잘 조화되고 북적이는 롯폰기가 덜 인위적(?)이라서 좋다는 느낌이다.
시부야, 신주쿠 근방에도 마찬가지로 일루미네이션은 한창이다. 특히 수많은 도쿄 스팟 중에도 요요기 공원의 푸른 터널은 전 세계의 겨울 도시여행자를 도쿄로 불러들이는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가장 유명한 일루미네이션이라서 사람이 엄청 많다. 아니, 그냥 도쿄에서 이 기간 동안 인구밀도가 제일 높은 곳 같은데, 세계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부야 역과 신주쿠의 중간점이라는 점도 한몫하지 않을까?
이곳은 사람이 일단 너무 많고 대단히 어둡다는 느낌, 사진 찍기 참 어렵다...하지만 아름답다. 요 정도로 요약. 물론 직접 가보면 정말 신비로운 느낌을 주긴 한다!!
일본을 상징하는 색은 빨간색 외에 파란색도 대단히 성스러운 상징으로 여기는 편인데, 이 정도면 파란색에 진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파란색밖에 없다. 블루라이트에 민감한 사람은 조금 조심하도록 하자.
또한, 요요기 공원은 생각보다 오르막길 위에 있고 전철에서도 제법 걸어야 하니 잘 찾아보고 가도록 하자.
히카리에에서 찍은 시부야의 모습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시부야의 길거리도 한번. 시부야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속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생각해 보면 2010년에 도큐 백화점이 철거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부야 주변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미친 듯이 높은 건물로 요새를 이뤄가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도 명동이나 삼성동에 다양한 일루미네이션으로 볼거리를 많이 만들어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도 핫스팟으로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꼭 들러야 하는 명소들이 늘어가고 있는 편이다. 꾸준히 연말연시가 되면 화려하게 바뀌어가는 두 도시를 각각 지켜보는 것도 남다른 재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