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호주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시드니를 얘기하고, 종종 시드니를 수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도 인구도 가장 많은 뉴욕이 수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고, 보통 인구가 가장 많은 곳들은 최대 도시면서 수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수로 보면 의외로 현시점에서 시드니보다 멜버른이 호주에서는 1위이며, 인구 증가세로 보면 현재는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추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증가율로는 멜버른이 앞서고 있어서 조만간 확실한 호주의 인구수 1위 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편이다.
멜버른 CBD의 퇴근길 모습
하필 멜버른을 가게 된 이유?
세계 많은 여행지를 가고 싶었고, 생각보다 많은 곳을 가보긴 했지만, 사실 호주는 처음이었다. 근데, 재미있게도 호주를 가려고 했을 때부터 시드니보다는 멜버른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는 랜드마크 이런 것보다 도시의 사람들과 문화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도 있던 것 같다.
이 도시에 대해 들어본 것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 정도였지만 거기선 사실 그냥 그래피티 많은 골목 정도의 이미 지지 도시 전체의 문화는 딱히 없었다. 소지섭은 잘생기고 임수정은 이쁘고...?? 암튼 나랑 밥 먹을래 빵 먹을래(...)로 기억하기만 할 뿐.
대사가 다른 건 드립으로 얼버부린다고 생각해주시길...
멜버른 CBD의 거리 모습
문화와 시대의 변화를 포용하는 도시
멜버른은 호주에서도 대단히 다양성, 포용성이 큰 도시인데, 어쩌면, CBD에 인구가 이렇게 많은데 아시아계, 유럽계 등이 엄청나게 혼합되어 있고, 먹거리만 해도 전 세계의 요리를 좋은 품질로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만으로 그걸 증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길거리를 둘러봐도, 여타 다른 해외 국가들에 비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볼 수 있고, 가끔 보면 아시아계가 더 많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특히, 이쪽도 중국계나 화교의 비중은 높은 편인데, 물론 시드니처럼 아예 역 이름까지 차이나타운으로 걸어버릴 정도까진 아닌 듯 하다. 그렇지만, 여기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도 많고, 그래서인지 여기는 동남아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서도 온 이민자도 매우 많은데, 커피, 브런치, 그리스 요리 등 광범위하게 식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쳐 멜버른의 문화적 다양성은 세계에서도 가장 넓고 개방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당장 거리만 봐도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보인다.
또한, 이 도시는 고풍스러운 빅토리아 시대의 아름다움 속에 현대와 미래가 공존하는 느낌이 대단히 큰 편이다. 그래서인지 17~18세기의 유럽을 느끼게 하는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Flinders Street Railway Station)은 마치 여왕님이 마차를 타고 나타갈 것 같은 느낌이면서도, 바로 옆의 페더레이션 스퀘어와 이언 포터의 현대 미술관은 초현대적인 디자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멜버른을 돌아보면 기존의 영국풍 건물은 놔두고 그런 디자인에 맞춰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었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앞의 모습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사의 모습
페더레이션 스퀘어와 이안 포터 갤러리
그래서인지 이 도시의 대학교를 봐도 그런 느낌이 제법 드러나는 편인데, 멜버른 시내에 있던 RMIT(로얄 멜버른 공과 대학교)은 1800년대에 지어진 대학임에도 빅토리아 시대의 고풍적 느낌에 현대의 첨단 기술, 그리고 다양한 학문과 문화를 수용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작은 캠퍼스임에도 알찬(?) 문화를 보여주는 편이고 학과나 캠퍼스의 모습만 봐도 그런 느낌을 얻을 수 있다.
RMIT의 캠퍼스 모습
멜버른에서는 다양한 거리 예술을 볼 수 있어서 예술의 도시로도 불리는데, 호주에서도 특히 멜버른은 이 거리 예술 문화가 포용의 문화로 인해 잘 자리잡아서 예술가와 관광객, 그리고 주 정부(!)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편이다.
재미있게도, 여기도 처음엔 골칫거리로 규제를 했지만, 역설적으로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고 문화를 관광지화(?)하면서 도시의 대표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밀라노 칙령?
특히, 우리가 미사 거리(미안하다 사랑한다 드라마에서 임수정이 쭈그리고 있던 곳)로 알고 있는 호시어 레인(Hosier Ln)은 이런 벽화로 유명하고, 현재도 꾸준히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진행중이다.
호시어 레인의 모습과 그래피티 아티스트들
그래서인지 멜버른과 빅토리아 주는 이런 포용성 때문인지 유럽이나 북미처럼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그리다만 것처럼 보이는 무질서한 그래피티가 난무(...)하지 않는 편이고, 도시의 정비와 함께 관광지로서의 효과도 독특히 보고 있다.
참고로 호시어 레인 외에도 다른 골목들도 많으니 찾아보는 것을 권장하는 편.
커피 한잔의 부지런함(?)
호주 전체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여기 멜버른 또한 커피로 유명한 도시이다. 아니 어쩌면 호주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는 "커피의 도시"로 불릴 정도의 명성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이 도시는 내 스스로 커피 한잔의 부지런한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국보다도 대단히 이른 시간인 아침 6~7시부터 시작하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으로 이른 시간에 오픈하고 빨리 닫아버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런 면에서는 여행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패턴이 이른 아침 무언가를 시작해서 저녁 되기 전에 종료하는 패턴이니, 결국 10시 출근에 익숙해져 게을러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거 아닐까?
생각해보면 런던에 있을 때 아침마다 가성비를 위해 새벽에 프레타 망제(Prat a Manger)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일과를 시작하던 기억과 비슷하기도 하다. 물론 그때는 물가가 워낙 비싼데다 영국요리가 딱히 뭐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멜버른에는 다른 도시 못지않게 유럽에서 이주해서 온 이탈리아계가 많은 편인데, 1950~60년대에 커피를 만드는 기술과 전통을 도시에 가져온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좋은 기후, 그리고 자유로운 문화, 부지런한 도시 성향(?)에 힘입어 카페가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호주에서도 종종 보이고 한국에서는 폴바셋에서 볼 수 있는 룽고(Lungo)또한 이태리어에서 유래되었고 이곳에서도 룽고를 메뉴판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듁스 커피 로스터스(Dukes coffee roasters) 본점
커피 문화가 워낙에 도시 깊숙이 스며들어 있고, 그래서인지 한국과 다르게 다양한 커피의 종류들이 존재하는데, 에스프레소나 라떼와 같은 기본적인 스타일이 아닌 룽고, 플랫화이트, 매직 등 다양한 스타일의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플랫 화이트의 모습 (시드니의 싱글오커피 로스터리)
사실 이름만 다르지 기본적인 건 크게 다르진 않지만 미묘하게 바리에이션이 많아서 알고 먹으면 나름 재미있다. 라떼의 경우 플랫화이트를 시키면 뭔가 리치한 라떼를 느낄 수 있고, 좀 더 진하게 먹고 싶다면 매직(Magic)이라는 커피를 주문하면 된다.
참고로 매직이라는 커피는 플랫화이트의 레시피 비율을 잘 조절하면 마법과 같은 맛이 난다고 해서 매직이라고 한다는데, 메뉴판에 잘 없는 편이라 따로 주문해야 내주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진한 매력의 매직(Magic) 커피 "Oli & Levi Cafe"
물론 커피의 맛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답게 카페의 외형이나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반명 이 도시에서는 완전 도심이 아닌 이상 스타벅스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편이고, 사실 스타벅스에 들어가봐도 평범한 사람보다는 관광객으로 바글거리는 편이다.
인더스트리 빈즈(Industry Beans), 피츠로이
카페는 도심에는 이탈리아계 이민자가 많은 그레이브스 스트릿(Degraves St)나, 멜버른 대학교의 동쪽에 위치한 피츠로이(Fitzroy)에도 많은 편인데, 피츠로이의 경우 멜버른에서 유명한 룬 크로와상(LUNE Croissant)도 있어서 함께 방문해봐도 괜찮은 편이다.
이탈리아 요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그레이브스 스트릿
멜버른의 힙한 거리, 피츠로이의 모습
커피가 발달해서 그런지, 영국식 브런치나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베이커리 문화도 같이 발달했고, 영국+이탈리아의 문화가 잘 조합되어서 그런지 둘의 궁합이 좋은 편이다. 앞서 얘기한 크로와상 뿐 아니라 파니니나 샌드위치등과 함께 브런치 세트로 하루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