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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Jan 25. 2018

하이푸 수술/자궁척출 수술 후기

자궁적출 수술을 권유받으셨나요?

딱 작년 이맘때 나는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다. 그새 일 년이 지났다. 


'저, 자궁적출 수술했어요~'라고 광고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도 여자고(?) 지키고 싶은 사생활이 있는 법이니까. 이 글은 병원에서 자궁적출 수술을 권유받고, 수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는 글이다. 내 글이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궁적출 수술을 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응급으로 수술해야 하는 경우(자궁암이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가 아닌데 자궁적출을 권유받는 질병은 대개 세 가지다.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이런 경우 수술하지 않아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수술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궁적출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하는 과정이 오히려 더 어렵고, 그 결정이 맞는지 확신은 더 어렵다. 의사를 붙잡고 계속 물어볼 수도 없고 주변에 수술한 사람을 수소문하는 것도 어렵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에 '수술 후기'를 뒤져본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것이 성공적인 수술 후기를 찾는 것이 어렵다. 카페에는 수술한 지 얼마 안 되어 '여기가 아프고 저기가 불편하다는'후기가 대부분이다. 한방은 '자궁적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수술을 하면 무슨 '재앙'이라도 당하는 냥 호들갑을 떤다. 또 하이푸 수술을 하는 병원에서는 하이푸가 '자궁적출'의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홍보를 한다. 인터넷에는 자궁적출 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넘치고 넘친다. 여하튼, 인터넷에 떠도는 후기 중에 도움될만한 것은 없었단 이야기다. 그래서 늘 생각했다. 일 년이 되면 수술 후기를 써야지 하고.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자궁적출'을 권유받는 세 가지 질병이다. 나의 경우, 저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다.(아마도 흔치 않은 경우 이리라) 저 세 가지 병의 증상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개는 비슷하며, 세 가지 질병 모두가 백 프로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 우리가 의학이 엄청나게 발전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아도 사실 원인도 모르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질병이 아직까지 많다.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순으로 치료가 어렵다. 자궁근종은 -위치나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해도- 찾아보면 방법이 있다.(서울 차병원에 '성석제 교수'가 자궁근종 치료로 유명하다. 단점은 너무 유명해서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 자궁선근증은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 별다른 치료법이 없고(치료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효과가 없는 편), 자궁내막증은 더 답이 없다. 내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도 재발률이 50%가 넘고, 혹여 자궁적출을 하더라도 이미 흘러나온 자궁내막이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푸 수술은 이러한 틈새를 파고든다. 자궁적출을 권유받은 사람들은 모두 주저한다. 멀쩡한 장기를 떼어내야 한다는데 처음부터 오케이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하이푸 시술 병원은 자궁적출의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홍보한다. 자궁적출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혹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래서 하이푸 수술을 받았다. 정확히 10개월 후에 재발했다. 재발 후 찾아간 병원의 의사가 그렇게 말했다. 하이푸 수술을 종합병원에서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찾아보면 알겠지만 종합병원에서는 하이푸 시술을 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하이푸 수술 후기는 대개 병원 측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올린 것이다. 생각해 보자. 하이푸가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에 효과가 있다면 아마도 이 병으로 자궁적출을 하는 환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 하이푸 수술을 한다면 난 당연히 반대다. 자궁근종에는 혹시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 자궁선근증은 재발했지만 근종은 사라졌다. 그래도 추천하지 않는다. 근종 때문이라면 비급여인 하이푸 시술 말고 유사한 방법의 시술이 있기 때문이다.


자궁적출을 권유받았을 때 사람들이 주변에서 조언했다. 적어도 세 명의 의사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에 공감한다. 이 세 가지 질병이 다 정확한 치료법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의사마다 관점이 다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개인병원보다는 종합병원 의사를 찾아가라고 권하고 싶다.(몇몇 개인병원을 전전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첫 번째 (종합병원) 의사는 강력하게(?) 자궁적출을 추천했다. 시중에 떠도는 후유증을 하나하나 다 반박하면서. 결국 어떤 치료법도 소용없고 효과가 있는 듯해도 어차피 재발하고, 시간이 지나면 증상은 더 심해질 거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의사 말이 맞긴 하는데, 여성에게 자궁을 적출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이해가 없었다. 비단 남자 의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 사람의 성향이었으리라. 두 번째 의사는 여성이었지만 너무 지나치게 무뚝뚝했다. 수술을 강요도, 추천도 하지 않았다. 딱 이렇게 한마디 했다. '이런 경우, 직장 다니는 여성들은 대개 수술을 선택한다.' 고. 


저 무뚝뚝한 의사한테 수술받는 게 너무 싫어서(실력은 있다고 했다), 친절하다는 의사를 수소문해 서울 차병원에 '김미라'교수를 찾아갔다. 수술을 망설이는 나에게 의사가 말했다. 본인이 선택해서 적극적으로 결정한 사람들이 수술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수술은 결국 당사자의 선택이다. 수술 후의 결과 또한 당사자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각자의 상황을 잘 따져보고(폐경이 얼마나 남았는지, 임신을 원하는지 아닌지 등)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난소까지 제거해야 하는 경우는 또 이야기가 다르다. 난소는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폐경이 오는 것과 같다. 나의 글은 난소는 남겨두고 오로지 '자궁만' 적출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이 질환의 장점(?)은 폐경이 되면 대개 저절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단점은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낫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폐경 때까지 버티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폐경이 아직 멀었다면,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자궁이 직장이나 방광 등 다른 장기와 유착이 심해질 수 있고, 이런 경우 복강경 수술이 불가능해서 절제술을 해야 할 수도 있고 그러면 수술 후 회복이 더 느리다. 버티다가 궁지에 몰려 결국 힘들게 수술을 하느니 차라리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나이가 어리고 임신을 원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자궁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한방치료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 석 달간 한약을 먹고 침도 맞아 보았다. 효과는 하나도 없고 너무 지치고 힘든 데다, 의사도 크게 신뢰가 가지 않아 중단했다. 한방치료는 장기전이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한방치료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런 좋은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수술 전에 답답한 마음에 나름(?) 유명한 여성 한의사를 찾아간 적이 있다. 의사는 '어쩔 수 없다면, 수술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술하면 아픈 게 없어질까요' 하고 묻는 내게 '세상일이 뭐든지 100%는 없다'고도 했다. 저 대답이 무슨 의미였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자궁적출 수술이 반드시 씻은 듯이 모든 증상을 없애주는 건 아니다. 단지 고통을 줄여준다. 어쩌면 수술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차선의 선택인 것이다


수술이 차선의 선택일 지라도, 나는 자궁적출을 적극 추천한다. 여러모로 따져보고 생각해 본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후유증이 생긴다 하더라도 지금의 고통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술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내 판단이 그리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후유증이 물론 있지만, 어쨌든 수술 전 보다 나의 삶의 질은 훨씬 높아졌다. 생리하지 않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너무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자궁내막증의 경우, 자궁을 적출한 후에도 통증이 남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폐경 후에도 통증이 남았다고 보고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자궁내막증이란 걸 알았다면 좀 더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 자궁선근증이 워낙 뚜렷해 내가 자궁내막증이란 사실을 의사도 몰랐다. 수술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자, 그럼 수술 후에 어떠한 후유증이 있을 것인가. 나의 경우, 수술 후와 달라진 점이라면, 가장 명백한 건 오른쪽 다리 당김 증상이다.(많이 힘들 땐 왼쪽도 당긴다) 일 년이 되기까지는 배도 많이 당겼다(이건 일 년이 지나니 많이 사라졌다) 약간의 잔뇨감이나 묵지근함(엉덩이 쪽이)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다. 다리 당김도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으나(꼭 심하게 운동한 다음날 다리 당기는 거랑 유사하며, 앉았다 일어날 때 많이 아프다) 습관 되어 굳어지니 이젠 그러려니 한다. 보통 수술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크게 힘든 일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6개월 넘어서는 일을 했다. 그것도 많이 했다. 워낙 부지런하고 일을 좋아하는 성격에, 마당 있는 집에 살다 보니 도저히 일을 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리 당김 증상은 육체노동을 한 후부터 심해졌으니, 이마저도 몸조리를(?) 잘한다면 막을 수 있는 후유증이지 싶다. 


체중이 많이 늘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관리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후 6개월 동안 자궁내막증 치료제인 '비잔'을 복용했다. 약을 먹는 동안은 체중이 살짝 늘었지만(3킬로 정도) 약을 끊은 후에 열심히 노력해서 살을 다 뺐다. 자궁적출이 체중 증가를 가져온다기보다는 나는 수술한 환자니까 하며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태도가 체중 증가를 가져온다고 본다. 확실히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힘이 잘 안 들어가기도 하고, 고된 육체노동에 쉬 지치기는 한다. 하지만 나이 먹으면 힘 달리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육체노동이 업인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본다.


단 한 가지 신경 쓰이는 후유증은 골반통. 골반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마도 수술 시 미처 제거하지 못한 자궁내막이 그 근처에 남아 여전히 통증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떨어져 나온 자궁내막을 의사가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힘들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부분이 골반통이었기 때문에 이 통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뭐, 극심한 통증은 아니니(안 아프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참을 만은 하다. 수술 전보다는 덜 아프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통증이란 것은 점점 더 심해지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아프지만(더 아파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통증에 적응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후유증이란 것들은 어쩌면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 아닐까. 여성성을 상실했다는 사실 때문에 우울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것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이 들면 누구나 다 조금씩 아프다. 그게 진리다. 늙고 병들어 젊을 때와 같을 수 없는 삶의 슬픔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일찍 느끼고, 적응하는 축복을 얻은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는 아픈 사람이니까'라는 지나친 자의식 없이 살고 싶다. 수술 후 회복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무리한 일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병원에서도 힘들면 쉬되, 많이 걷는 것이 회복이 더 빠르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도 역시 누워있기보다는 부지런히 걷는 것을 추천한다. '수술' 자체가 두려운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다. 수술 과정도 그리 힘들지 않다. 무통주사 맞으면 아프지도 않고, 요즘은 복강경을 많이 해서 회복도 엄청 빠르다.  


최종적으로,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수술은 잘한 선택이라고 답하고 싶다.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수술을 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단, 6개월~1년 동안은 체력적으로 좀 힘들 수 있다. 장기를 떼어냈으니 회복기간이 당연히 필요하므로, 마음 느긋히 먹고 1년이라는 휴식의 시간을 본인에게 선물하길 바란다. 확실히 나의 삶의 질은 수술 전 보다 훨씬 높아졌다. 늘 친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폐경이 되면 파티를 열고 기쁨의 노래를 부르겠다' 말하곤 했다.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했던 말들이다. 이제 나의 소원은 '폐경'이 되었다.(자궁을 적출해도 난소가 남아있어 배란은 이루어진다) 폐경 후에는 골반통이 사라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여성들과는 확연히 다른 소원이다. 힘들다는 갱년기 증상도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영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나의 real 폐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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