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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Mar 13. 2018

나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는 TV를 많이 보지 않는다. 적어도 평일엔 보지 않는 것이 스스로 정한 원칙이다


그런 내가 '다시 보기'로 찾아본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 바로 '효리네 민박'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자연 친화적으로 사는 모습이 내가 지향하는 삶과 닮아있어 현재도(시즌 2 방영 중) 재미있게 보고 있다. 열심히 효리네 민박을 시청하면서 드는 생각, '마당 있고, 반려동물 키우고, 나 사는 거랑 비슷한 거 아냐? 스케일에서 좀 차이가 날 뿐이지.' 그때 한쪽에서 들리는 내면의 시니컬한 목소리. '효리한테는 너한테 없는 상순씨가 있잖니'         


사람들이 '효리네 민박'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효리'가 사는 모양새가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 자연친화적인 생활, 편안해 보이는 동물 친구들,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경제력 등등 그녀가 행복해 보이는 요소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그중에 제일은 '자상하고 다정하며' 무엇보다 '마음이 맞는 편한 친구 같은' 남편일 것이다. 행복에 대한 연구 중에 그런 연구결과가 있다. 사람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라는. 말하자면 좋은 배우자와 살며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많은 사람들이 대개 행복하더라는 이야기다. 이효리의 행복은 아마도 80프로 이상은 배우자의 힘일 것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느껴진다.

                                     


반려동물들과 함께 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이 무척이나 보기 좋다

단 한 번도 '결혼'이 내 삶에 있어 '필수'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없었던 스무 살 무렵의 나는 마흔이 넘은 내 모습이 진심으로 궁금했다. 정말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 것인지. 그 시절 친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친구의 첫마디, '내가 너 이렇게 살 줄 알았어' 그렇다. 나는 정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 물론 '결혼'을 꿈꿔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땐, 어김없이 그 사람과의 결혼을 꿈꾸었고, 한국사회에서는 결혼을 해서 사는 게 속 편할 수 있겠다 싶은 순간에도 '차라리' 결혼하는 걸 꿈꾸기도 했다. 


어느덧 내일모레 쉬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이제 결혼할 확률은 0%에 가까워졌다. 이 나이에 누굴 만나서 결혼하는 것도 우습게 느껴지고, 지금 사는 것처럼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일임과 동시에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잘 안다. 사랑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그 그림자는 더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사람'이나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또 얼마나 무모한 열정인가.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는 것도 자신 없고, 또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나타날지 의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아니, 나에게도 상순 씨 같은 좋은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결혼≠필수'라는 생각과는 별개로 내게도 '좋은 사람'을 만나 '오래오래 사랑하며' 살고 싶은 욕망은 늘 존재하는 것이다.


적어도(?) TV 속 이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애써 생기지 않는 인연을 억지로 만들어 내고 싶진 않다. '좋은 파트너'가 한 사람을 행복지수를 크게 높일 수 있듯이 '좋지 않은 파트너'가 한 사람의 행복지수를 엄청나게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냐 둘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내 삶을 만들어 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욕망하기로 한다. 효리가 말했다. '먼저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라고. 효리슨생의 '말씀'을 믿어보기로 한다. 사실,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 커다란 함정이긴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좋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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