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읊조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Mar 26. 2024

있었는데 없어졌다.





신기하다. 있었는데 없어졌다.

2~ 3년 전인가. 어느 날 손목 위에 작은 콩알만 한 게 생겨나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도대체 이게 뭘까. 언제부터 생겨난 건가 만져보면서 은근히 겁이 덜컥 났다.


혹시 이게 무슨 종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인터넷을 샅샅이 찾아보니 우리 몸에 생기는 결정종이라는 양성 종양 중 가장 흔한 것이라는 내용이며 걱정할 일은 아닌듯한 설명이었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거 나두 요기 있어. 그런 거 별거 아니라는 듯한 경험자들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그럼에도 병원에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미루었지만 늘 신경 쓰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사이 사라졌다. 신기하다. 있었는데 없어졌다.  



가끔 인터뷰할 일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멋지게 몫을 해내면서도 보람과 의미를 얻는 사람들, 세상을 살아오면서 오늘도 값지게 살아가는 분들이다. 그들을 만나고 나면 늘 부럽고 존경스럽고 나를 돌아본다. 그들은 늘 여유롭다.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마음이 여유롭고 바라보는 시선이 여유롭다. 자신이 지내온 세월에 감사하고 저절로 쌓인 나이가 아님을 늘 되새긴다.


더러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만난다. 굳이 나이나 시니어 등의 명칭에 포커스를 맞추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살아온 내공이 있는 분들이지만 기본적으로 일과 사람이다. 그냥 그들의 현재를 담는데도 스스로가 평범한? 시니어 부류에 담길까 봐 지레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나는 다르다'였다. 그냥 듣고 보던 때와는 사뭇 달라서... 명단에 있었는데 없어졌다.

    


'고민순삭,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성직자들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고민들을 '순삭' 해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성진 스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관계와 인연의 고민에 대한 성진 스님 조언이었다.

"나 혼자 판단할 수 없고 계속 고민하게 된다면 그건 인연이 아닌 것이다. 스스로 판단할 수 없으면 관계를 정리하라"



봄이다.

며칠 전 동네 공원에서 노란 산수유를 만났었다.

봄을 앉아서 맞을 수는 없다.

꽃을 찾아가면 왠지 내게 좋은 소식이 확 다가올 듯싶다.

꽃을 찾아 나서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 3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