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의 햇살이 환하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오늘 아침 늦잠에서 일어나 거실에 앉아 창 밖을 한참 동안 내다보다가 여전히 환한 햇살에 문득 울컥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환하고 거실에 덩그러니 혼자 있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햇살 때문이었다. 그날의 햇살도 오늘처럼 화사했다.
엄마가 먼 길 떠나시고 몇 년 지나 어버이날이었다. 식탁에 올려진 카네이션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밤 아들이 내밀었던 꽃바구니다. 내게도 어버이날인데... 울 부모님은 저 하늘에 계시고... 그런 생각에 조금 우울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집안을 오가는데 주방라디오에서 몇몇 이야기가 나오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Journey의 Open Arms였다.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날 울릴 포인트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노래가 끝날 때까지 눈물콧물 닦아내느라 무릎 위로 티슈뭉치가 쌓였다.
Mother Of Mine이나 부모님 은혜 뭐 이런 노래도 아니고 오픈암스를 들으며 폭풍 눈물이라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영어에 무식한 나였지만 노래 가사 속의 사랑하는 사람과의 화해와 재회가 내 마음을 후벼 판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울고 싶었는데 마침 흐르던 멜로디가 내 마음을 건드린 건가. 팔을 벌려 엄마를 안을 수만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 없겠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힘들었던 생각이 난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엄마랑 아부지가 떠올려지는 날이 있다. 바쁘던 젊은 날보다 지금은 너무 한가로워서 더 그럴까. 미치게 그리워도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인가. 지난해였나. TV에서 가수 권인하와 박준면이 Open Arms를 듀엣으로 열창해서 지나다 멈춰서 붙박이처럼 꼼짝 않고 서서 끝까지 들으며 또 한 번 코끝이 찡 했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던 노래 한곡으로 마음 절절해지기도 하고 꾹꾹 눌렀다가 터트리는 카타르시스를 얻기도 하고 미칠듯한 그리움을 해소하기도 한다.
어떤 말도 어떤 선물도 위로가 되어주지 못할 때 힘이 되어주는 것이 무엇일까. '여기 내가 두 팔 벌리고 있단다...' 하면서 바라보고 있을 부모님이 내 곁에 있다면 세상이 무서울 일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