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보내며...
코로나19 백신 맞은 후 몸살이 났던 적은 초반의 한두 번이었다. 그 후 3차, 4차... 는 내성이 생겼는지 그냥 무심한 예방접종이었다. 독감이나 코로나로 괜히 아프고 싶지 않아 가능하면 열심히 예방접종을 했다. 덕분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몇 년간의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번 간만의 코로나 백신과 독감 예방접종 후 이상하게 온몸이 통증으로 힘들고 내내 컨디션이 안 좋다. 하루 이틀 후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취재차 하루 나갔다 왔더니 다시 목이 쉬고 영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약을 먹고 굳이 잠을 청해 잤는데도 전신 통증으로 욱신욱신... 며칠사이로 해내야 하는 밀린 일의 부담도 어쩌지 못하는데 내색하기 싫어 예민해진다. 그냥 나만 불편하면 되니까. 이럴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철 모르는 말에 몇 배로 더 예민해진다. 남편은 잊어버리라고 무시하라고 하는데 소심한 나는 그러지 못한다. 머리끝까지 예민함으로 아슬아슬한 며칠이다. 나름 최선을 다하느라 애쓰는데, 안 바쁜 척, 안 아픈 척하는데, 배려하느라 조심하고 눈치도 보는데 당연한 줄 안다. 일이나 하자. 잠깐만 소홀해도, 방치해도, 표시가 팍팍 나는 내 일상은 세상이 끝날 때까지는 안 끝날테니까.
사진 폴더를 보니까 친구 덕에 먹고살았나 싶다.
강남 한 복판에서 만난 친구가 고모네 밭에 가서 따왔다는 청.홍 고추, 고춧잎 딴것 한봉다리와 함께 힘들게 바리바리 담아왔다. 진심 어린 보따리에 감동... 맛있는 콩이랑 청국장 사이트 정보까지. 커피와 생강가루도 있었다. 덕분에 한 동안 잘 먹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올 가을 니 덕에 잘 먹고살았다고.
누군가의 생일도 조용히 지나갔고,
가을도 속절없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제 겨울.